일본 연구진이 체세포를 약산성 용액에 담그는 간단한 방법으로 만능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 획기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 발생·재생 과학종합연구센터의 오보카타 하루코(小保方晴子·30) 연구팀이 신형만능세포 제작에 성공해 지난달 29일 영국 네이처를 통해 발표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연구팀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쥐의 비장에서 백혈구의 일종인 림프구를 추출해 홍차 정도의 약산성 액체에 25~30분가량 담궈 배양한 결과, 수일 뒤 다양한 종류의 세포로 변화하는 능력을 가진 만능세포가 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 만능세포를 쥐의 체내에 넣어 실험한 결과 피부나 근육 등 다양한 세포로 변화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 세포를 ‘스탭(STAP·Stimulus-Triggered Acquisition of Pluripotency)세포’로 이름지었다.
일단 역할이 정해진 세포가 약산성 용액에 담그는 정도만의 자극으로 만능세포가 되는 것은 과학계의 상식을 뒤집는 획기적인 연구성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동물세포는 한번 어떤 조직으로 자란 이후에는 수정란에 가까운 상태로 돌려놓아도 다시 여러 세포로 변화하는 ‘초기화’가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돼 왔으나 이 통념을 깨뜨린 것이다.
더구나 신형만능세포는 유전자를 주입해야 하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와 달리 외부 자극만으로 간단하게 제작할 수 있고, iPS와 달리 유전자를 손상시키지 않아 암 발생 우려도 적다. 하지만 실험이 생후 1주일의 어린 쥐의 세포에서만 성공했고, 인간 세포로는 아직 시도되지 않아 의료현장에서 활용되기까지는 상당한 후속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을 이끈 오보카타 주임은 와세다대 이공학부를 졸업한 뒤 2011년 박사학위를 취득한 신진 여성 과학자로 ‘동물세포를 외부자극으로 초기화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발상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실험에 성공해 지난해 봄 ‘네이처’에 논문을 보냈지만 “과거 수백년의 생물세포학 역사를 우롱하고 있다”는 혹평을 받으며 게재를 거부당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방대한 데이터를 모아 게재에 성공했다.
연구결과가 알려지자 세계 과학계는 “줄기세포 생물학의 새 시대를 열었다”는 찬사를 보냈고, 일본 사회에서도 30세 여성 연구자가 이룬 쾌거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iPS세포 연구로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교토대 교수는 “중요한 연구성과가 일본인 연구자에 의해 발신된 것을 긍지로 여긴다”고 기대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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