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끝내 ‘식민지배와 침략’을 입에 올리기 거부한 아베  

서의동 2014. 2. 1. 18:10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과거사에 관해 역대 내각의 인식을 계승한다면서도 일본의 ‘식민지배와 침략’을 거론하지 않아 역사인식에 대한 의구심을 다시 증폭시켰다. 아베 총리는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단독 제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한국을 자극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31일 열린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우리나라(일본)는 일찍이 많은 나라, 특히 아시아 국가의 국민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안겨줬다. 그런 인식에 대해서는 아베 내각도 마찬가지며 역대 내각의 방침을 계승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는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를 인정하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의심이 있는 만큼 확실히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는 민주당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이지만 무라야먀 담화를 인용하면서도 핵심 표현인 ‘식민지배와 침략으로’라는 대목을 뺀 것이다. 


오카다 의원이 제대로 밝히라고 요청했으나 아베는 이날 모두 4차례에 걸쳐 같은 답변을 되풀이하면서도 ‘식민지배와 침략’은 끝내 입에 올리지 않았다. 아베는 지난해 4월23일 참의원 예산위원회 답변에서 “침략이라는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국가 간의 관계에서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밝혀 파장을 부른 바 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달 30일 참의원 본회의 답변을 통해 독도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 “ICJ에 단독제소하는 것도 포함해 검토, 준비 중”이라면서 “여러 정세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적절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31일 정부 입장 자료를 배포해 “(아베 총리의) ICJ 제소 검토 운운은 그 자체가 허언에 지나지 않고, 아무리 시도해도 무의미한 짓이라는 것을 일본 정부 스스로 너무 잘 알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무라야마 담화의 주역인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일본 전 총리는 지난달 30일 도쿄에서 열린 사민당 회합에서 “본인의 기분을 만족시키기 위해 나라를 파는 것 같은 총리가 있는가”라며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비판했다. 


그는 “차분히 생각해보면 역시 전범들이 (야스쿠니에) 합사돼 있다”며 “일본이 일미강화조약(샌프란시스코조약)을 받아들여 국제사회에 복귀했으니 그 약속을 생각하면 총리가 참배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자국 전범들을 단죄한 ‘도쿄재판’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체결했음을 강조한 발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