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2) 피해 컸던 미야기·후쿠시마현 일대 르포
지난달 25일 미야기(宮城)현 이시노마키(石券)시. 3년 전 동일본대지진 당시 밀려든 쓰나미로 도호쿠(東北)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사망 3269명)를 낸 곳이지만 다치마치(立町) 등 시내에는 건물기초만 남은 공터들이 드물게 보일 뿐 외견상 상흔은 눈에 띄지 않았다.
대지진 이후 1년간 시 인구(16만명)의 1.7배가 넘는 28만명(연인원)의 자원봉사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잔해처리, 식사·의료지원 등을 벌여왔지만 이들도 점차 활동폭을 줄여가고 있다.
대지진 직후부터 이시노마키에서 복구지원 사업을 벌여온 시민단체 ‘미래서포트 이시노마키’ 전무이사 나카가와 마사하루(中川政治·37)는 “주민들 스스로 부흥을 모색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면서 “시민단체들도 자립 지원으로 역할을 바꿔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외부 지원 줄이고 자립 모색 가설주택 주민 ‘모임’ 늘어
복구 정도 지역별 격차 심해… 상가 철시, 아직 ‘유령도시’
‘고향 지킨다’ 홍보 영상도… 주민들 ‘방사능 거론’ 부담
워낙 깊은 상처인 만큼 치유되기에 3년도 부족한 세월이지만 자립을 향한 발걸음은 비교적 일찌감치 시작됐다. 대지진 8개월 만인 2011년 11월, 주민들이 “자립심을 해친다”며 외부의 물자지원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활동가들 중에서는 국외자가 아닌 당사자 차원에서 지역의 복구·부흥에 나서겠다며 주민등록지를 이시노마키로 옮기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
오하시(大橋) 지역의 가설주택자치회연합추진회 사무실에서 만난 야마자키 신야(山崎信哉·78) 회장도 “가설주택에서 홀로 지내는 고령자들에게는 정신적 지원활동이 아직은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언제까지나 외부에 의존하기보다는 새로운 이웃과의 교류를 통해 자립심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족을 잃고 이웃과 헤어져 가설주택에 산 지 3년 가까이 지나면서 커뮤니티도 점차 만들어지고 있다. 오하시 가설주택 지구에서는 낯가림이 심한 남성들을 위한 ‘멘즈클럽’도 생겼다.
하지만 2박3일간 둘러본 미야기(宮城)·후쿠시마(福島)현 일대의 복구·부흥은 지역별로 격차가 심했고, 주민들의 장래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히 감지됐다. 26일 오후에 찾은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南相馬)시 오다카(小高)지구는 시가지가 비교적 멀쩡한데도 유일하게 우체국만 문을 열었을 뿐 상가들은 굳게 닫힌 ‘유령도시’였다. JR철도 조반(常磐)선이 지나는 오다카역 역사 양편 주륜장에는 수백대의 통학용 자전거가 시간이 멈춘 듯 방치돼 있었다.
후쿠시마 사고원전에서 불과 14㎞ 떨어진 이 지역은 지금도 공간 방사선량이 도쿄의 10배에 달하기 때문에 1만3000명의 주민 대부분이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 자전거 바퀴는 모두 바람이 빠져 있고, 주변에는 잡초가 무성히 자라고 있었다. 짐바구니에 ‘오다카중8105’라고 쓰인 노란색 표식이 붙은 이 자전거 주인은 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27일 원전에서 60㎞가량 떨어진 고리야마(郡山) 시내의 공간 방사선량은 0.51μ㏜(마이크로시버트)로 도쿄의 10배에 달했고, 현청이 있는 후쿠시마 시내도 0.4μ㏜였다. 폭설의 영향으로 공간선량이 낮아진 것을 감안하면 아직도 높은 수치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4일자에 보도한 후쿠시마 현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방사능에 대한 불안을 느낀다’는 응답은 68%에 달했다. 그런데도 소마(相馬)시 도로변 휴게소의 지역 홍보영상물에는 후쿠시마 학생들이 “나고 자란 고향을 앞으로도 지켜가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방영되고 있었다.
야마가타(山形)현으로 피난한 후쿠시마 주민 사토 히로유키(佐藤博之·43)는 “정부가 ‘후쿠시마가 위험하지 않다’는 논리를 학교 등을 통해 은연중 유포하고 있다”면서 “그러다 보니 방사능 문제를 거론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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