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본 ‘만능세포’ 논문 이미지 중복 판명… 연구자들 “논문 철회”

서의동 2014. 3. 14. 22:30

전 세계 의료·과학계를 흥분시킨 신형 ‘만능세포’ 개발 논문이 연구 데이터의 중복 사용에 따른 논란 끝에 철회 수순을 밟게 됐다. 


‘자극야기다능성획득(STAP)세포’ 개발을 주도한 일본 이화학연구소는 14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TAP세포 논란과 관련한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소는 논문에 사용된 복수의 이미지가 연구를 주도한 연구소의 발생·재생과학 종합연구센터 오보카타 하루코(小保方晴子·30) 연구주임의 3년 전 박사학위 논문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노요리 료지(野依良治) 연구소 이사장은 “과학사회의 신뢰성을 흔들 수 있는 사태를 일으킨 데 대해 사죄한다”며 “논문 철회 권고도 포함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연구팀장인 오보카타 주임과 공동연구자들은 중간 조사결과 발표에 맞춰 사죄의 뜻과 함께 지난 1월 말 네이처에 실은 STAP세포 논문을 철회할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논문 철회를 위해서는 미국인 연구자를 포함한 공동연구자 전원(14명)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연구를 주도한 연구자들이 철회할 뜻을 밝힘으로써 연구 성과가 사실상 백지화될 공산이 커졌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복수의 공동연구자는 자신들이 STAP세포를 만든 것은 사실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연구소도 논문에서 문제가 된 6개 항목 가운데 2개를 조사한 결과 “데이터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점이 있지만, 연구 부정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혀 논문 철회가 확정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보카타 주임은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와세다대에 제출한 영어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에 보낸 e메일을 통해 “언론에서 돌고 있는 문제의 논문은 학위심사를 통과한 최종본이 아니라 초안”이라고 반론했다. 

STAP세포는 세포를 약산성 용액에 잠깐 담그는 자극만으로 어떤 세포로도 변할 수 있는 만능세포가 된다는 점에서 생명과학 상식을 뒤집는 혁신적인 성과로 기대를 모았지만 논문의 화상 데이터 조작 의혹이 인 데다 공동연구자 한 명이 지난 10일 논문 철회를 요구하면서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