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열릴 한·미·일 정상회담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취임 후 첫 한국 정상과의 공식회담이지만 한국이 마지 못해 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일본에서 한·일관계 개선의 기대감이 급속히 식어가고 있다. 반면 미국은 집요한 물밑작업 끝에 한·일 정상을 한자리에 앉는 모습을 연출하게 된데 안도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23일 전용기편으로 출국하기 앞서 하네다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대통령과 첫 회담이 되는데, 미래지향적인 일·한관계를 향한 첫 걸음으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만나 사진 찍는 것”이라며 평가절하했다.
한국이 이번 회담에 대해 내키지 않는 태도를 보이면서 한·일관계 개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라들고 있음을 엿보게 하는 발언이다. 아베 총리도 한국의 주저하는 태도에 “진절머리가 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한국은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중 중·일 정상회담 개최사실은 청와대에서 발표하면서도 한·미·일 정상회담 발표는 외교부에 떠넘긴 점을 거론하며 “본격적인 관계개선은 아직 멀었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룰 국장급 회담 전망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군위안부 문제는 한국 측이 요구하는 법적 책임 인정이나 새로운 지원책에 대한 대응이 초점이지만 ‘법적인 문제는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때 해결됐다’는 일본 측과 한국간의 이견이 커 협의는 난항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아사히신문은 한국 정부가 국장급 회담 추진 사실을 정상회담과 연결해 발표한 것에 대해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정상회담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의도를 모르겠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반면 미국 정부는 회담 성사에 안도감을 드러냈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지난 21일 핵안보정상회의 일정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일정 기간 긴장된 시기를 거친 뒤 우리는 제일 가까운 두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한자리에 불러모으게 됐다. 이 것은 미국의 동북아 안보에 대한 약속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아베 총리의 고노담화 유지 발언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미국은 한·일관계가 지금처럼 분열된 상태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4월 한국, 일본 등 아시아를 방문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위원은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지지를 얻으려고 경쟁하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며 “이번 3자 정상회담이 한·일 관계 개선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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