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하시모토 연임 실패 전례... 아베 ‘경기 나빠질라’ 긴장
‘도쿄 디즈니랜드 입장료가 200엔 오른 6400엔, 도쿄 스카이트리 전망대는 3000엔에서 3090엔, 100엔숍은 105엔에서 108엔으로….’
일본 신문에는 최근 ‘소비증세를 뛰어넘자’ 등의 특집기사가 연일 실리고 있다. 다음달 1일부터 한국의 부가가치세 격인 소비세가 5%에서 8%로 오르기 때문이다. 28일 출근전철에는 소비세가 오르기 전 통근·통학 정기권을 미리 사두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도쿄 유라쿠초(有樂町) 빅카메라 등 대형 상점에는 평일인데도 세금인상 전에 물건을 사두려는 고객들이 북적거렸다.
일본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비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1997년 이후 17년 만에 소비세를 올린다. 이를 앞두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도 잔뜩 긴장하며 총력대응 체제에 들어갔다. 2016년 7월까지는 국정선거가 없지만 소비세 인상 충격으로 경기가 나빠지면 내년 9월의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연임에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97년 소비세를 3%에서 5%로 올린 뒤 디플레에 빠지면서 이듬해 선거에서 참패해 실각한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정권의 악몽이 되풀이될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 일본 경기는 견고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임금인상도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일본금속산업노동조합협의회가 27일까지 중소기업의 임금 교섭 진행상황을 파악한 결과 중소·중견기업 132곳 중 106곳(80.3%)이 기본급을 평균 1246엔 인상했다. 하지만 경제 전체로는 엔저하에서도 수출이 기대만큼 늘지 않고 있다. 소비세를 올려 소비가 줄면 경기를 이끌어갈 수단이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엔고를 엔저로 전환, 수출을 늘려서 디플레에서 탈출하겠다는 게 아베노믹스의 기본 전략이지만 일본 기업들이 공장의 해외이전을 가속화한 결과 엔저가 돼도 수출은 그리 늘지 않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아베 정권은 오는 6월 노동시장 규제 완화와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을 담은 장기 성장전략을 낼 예정이다. 또 당장의 소비세 인상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5조5000억엔 규모의 재정대책과 추가 금융 완화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세 인상 뒤 2분기(4∼6월)에 경기가 꺾이고 3분기(7∼9월)에도 V자 반등에 실패할 경우 아베 정권의 앞날에 적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인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을 위한 헌법해석 변경 등 아베 정권이 명운을 걸고 있는 정책들도 추진동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일본공산당은 27일자 기관지 아카하타(赤旗)에 1997년 소비세 증세 이후 서민생활은 악화되고 기업만 윤택해졌다는 내용의 특집기사에서 “아베 정권은 소비세는 올리면서 법인세는 내리고 있다”며 “기업은 살리고 서민은 망하게 하는 경제정책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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