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들어 처음으로 북한과 정부간 협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이 딜레마에 빠져있다. 북한이 일본에 대해 유화태도를 비치면서도 핵실험 발표에 이어 한반도 서해안 해상사격 훈련을 벌이며 대외긴장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북한이 성의를 보일 경우 대북제재를 일부 해제할 방침까지 내비치며 납치문제 진전에 주력하고 있지만 북한발 긴장이 악화될 경우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30일 중국 베이징에서 1년4개월 만에 열린 북·일 정부간 공식협상에서 송일호 북일국교정상화교섭 담당대사는 “꽃이 피고 푸른 잎이 소생하는 이런 계절에 회담이 열렸다는 것 자체가 매우 큰 의미”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송 대사가 회담장인 주중 북한대사관에 도착한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을 “만면에 웃음을 띠고 영접해 악수를 나눴다”고 전했다.
일본은 북한의 유화적 태도에 기대감을 표시하면서도 미국·한국의 시선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헤이그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대북공조를 다짐해놓고 납치문제 진전대가로 대북제재를 푸는 독자행동에 나설 경우 한·미·일 공조균열의 책임을 뒤집어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미우리는 “북한이 납치카드를 동원해 한·미·일 분단을 꾀할 것”이라는 외무성 간부의 우려를 전했다.
일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31일 “(북·일 협상에서) 납치문제외에 핵·미사일 등 안전보장상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의 기본방침에 기반해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런 우려를 불식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북·일 양측은 이날 베이징 주중 일본대사관에서 이틀째 속개된 북·일 협상에서 현안에 대한 협의를 계속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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