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본 막가는 도발… 초등교과서에 “한국이 독도 불법점거”

서의동 2014. 4. 4. 16:45

ㆍ“일본의 고유 영토” 기술 4종 검정 통과… 외교청서도 ‘영유권 주장’

ㆍ정부 “터무니없는 역사왜곡 유감”… 일선 학교 독도 교육 강화키로

내년부터 일본 초등학교 5·6학년이 사용하는 모든 출판사의 사회교과서에 ‘일본 고유의 영토인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거했다’는 내용이 실리게 된다. 현재 교과서에 비해 독도에 대한 일본 영유권을 서술한 교과서가 크게 늘어나고, 서술 강도도 더 세지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 학생들의 ‘반한(反韓)감정’이 어릴 때부터 고착화되고, 한·일관계 개선은 더욱더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4일 교과용 도서 검정조사심의회를 열어 이런 내용이 담긴 초등학교 5·6학년 사회교과서 4종을 전부 합격 처리했다. 2010년 검정을 통과해 현재 사용 중인 교과서 5종 가운데 독도를 일본 영토로 서술한 교과서는 1종뿐이며, 나머지는 지도로 일본의 독도 영유권을 표시했으나 이번엔 ‘독도는 일본땅’이란 기술과 지도를 함께 실었다. 영토에 대한 일방적 주장을 강화한 반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2010년에 이어 검정통과 대상 교과서 모두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이번 검정 결과로 일본 초등학생들이 독도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도발적 주장을 배우게 돼 ‘반한감정’이 조기 고착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상은 검정 결과와 관련해 “자국 영토를 올바르게 가르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또 이날 각료회의에서 통과시킨 외교청서를 통해 “독도는 역사적 사실로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이 문제를 포함해 한·일 간 재산·청구권 문제는 법적으로 완전히 해결됐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불과 3주 전 국회에서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고 공언했다”면서 “일본 정부가 교과서 검정제도를 빙자해 독도 도발을 계속한다면 한·일관계 개선의 길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외교청서를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해 또다시 터무니없는 주장을 반복한 데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정부는 독도에 대한 억지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은 일본이 제국주의 침탈 역사의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한·일관계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도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오는 6월까지 초·중·고 학교급별 독도 교재를 개발해 연간 10시간 내외의 독도 교육을 하기로 했다.



2010년 지도에 독도 영유권 표시 → 2014년 “불법점거 항의” 기술


ㆍ새 검정본도 위안부 기술 빠져…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은 포함
ㆍ출판사들 아베 정권 입맛 맞춰… ‘독도 탈환’ 세뇌 미래갈등 우려
ㆍ2002 한·일월드컵 개최도 삭제

“일본해에 위치한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이다.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어 일본 정부는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미쓰무라(光村) 출판사 사회교과서 올해 검정통과본)

2014년 일본 초등학교 사회교과서 검정결과의 특징은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해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의중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점에 있다. 아베 총리와 아베 내각에서 가장 우파로 분류되는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상이 집권 초기부터 교과서 검정제도의 개편에 힘을 쏟은 결과가 이번 검정결과로 나타난 셈이다. 자라나는 세대가 학교 수업시간에 ‘독도는 일본 땅으로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다’고 교육받으며 ‘반한(反韓)감정’에 사로잡히게 될 경우 한·일관계의 장래에 미칠 악영향은 가늠하기 어렵게 된다.

멋대로 ‘다케시마’ 고유영토 표기 동북아역사재단 관계자가 4일 서울 미근동 재단 자료실에서 일본 교과서 회사 교육출판이 발행한 현행 초등학교 5학년 사회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영토 ‘竹島(다케시마)’로 표기된 것을 가리키고 있다. 홍도은 기자자


2010년 검정을 통과한 현행 5·6학년 사회교과서에도 ‘독도는 일본 땅’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4개 출판사의 교과서 5종 중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는 기술이 담긴 것은 니혼분쿄(日本文敎) 출판의 교과서 1개뿐이다. 나머지는 교과서에 수록된 참고용 지도상 독도 좌측에 국경선을 표기하고, 독도를 자국식 표현인 다케시마로 적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4개 출판사의 5·6학년 사회교과서는 모두 예외 없이 “다케시마는 일본의 고유 영토”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또는 점거)”이라는 표현을 담았다. 또 4개 교과서 중 교육출판의 교과서는 평화적 해결의 필요성을 언급했으나 나머지 3개 교과서는 이런 내용조차 없어 어린 학생들에게 힘으로라도 되찾아와야 한다는 오도된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도 크다. 특히 미쓰무라 도서는 현행 사회교과서에 실려 있는 ‘2002년 양국이 협력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축구 월드컵을 개최했다’는 구절을 빼고, 한국의 독도 점거에 일본이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는 내용을 넣었다.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의 역사 관련 기술 내용은 대체로 2010년 검정을 통과한 현행 교과서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일본군 위안부 관련 내용은 2010년 검정통과본과 마찬가지로 4개 교과서 모두 거론하지 않았으나, 재일조선인 6000여명이 일본 군대와 경찰, 민간인에 의해 억울하게 학살된 간토대지진 관련 내용은 모두 기술됐다. 또 도쿄서적 6학년 교과서는 2010년과 유사하게 청일전쟁(1894~1895)과 러일전쟁(1904~1905)을 미화하는 기술을 넣었다.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 내용은 제2차 아베 내각이 출범한 지 5개월째인 지난해 4월쯤 각 출판사들이 검정 신청한 내용을 문부성이 약 1년간 심사해 확정한 것이다. 대부분 출판사가 신청한 원안이 그대로 통과된 것으로 알려져 출판사들이 아베 정권의 의중을 읽고 ‘알아서 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교과서 도발은 앞으로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모무라 문부상이 지난 1월 근현대사와 관련해 ‘정부의 통일된 견해’를 기술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교과서 검정 기준을 개정한 데 이어 같은 달, 중·고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교과서 제작의 기준이 되는 지침서)에 ‘독도는 일본 고유 영토’ 주장을 명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5년 중학교 교과서와 2016년 고교 교과서의 검정과정에서 난징대학살 등 일본의 과거 잘못에 대한 기록은 대폭 축소되거나 삭제되는 한편 독도 영유권 주장이 한층 강화되면서 과거 잘못은 모른 채 주변국에 적의를 갖는 세대들이 양산될 가능성이 높다.

■ 일본의 교과서 검정제도- “집필자 사상, 검증 대상 아냐” 

한·중 반발에 개입 불가 고수 일본의 교과서 검정제도는 민간 전문가와 교과서 회사가 집필·편집한 원고 단계의 교과서 기술을 문부과학성이 심사하는 제도이다. 구체적으로는 문부성의 ‘교과서검정심의회’가 교과서 기술이 학습지도요령과 검정 기준에 의거해 객관적으로, 적절한 교육적 배려하에 쓰였는지를 심사해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교과서 회사는 이 과정에서 문부성의 ‘검정 의견’이 내려지면 이에 맞게 내용을 수정하게 된다. 일본 정부는 학습지도요령의 범위 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교과서에 기술할 것인지는 집필자 또는 발행자의 판단에 맡기고 있으며, 집필자의 사상은 검정 대상이 아니라고 밝혀왔다. 일본은 특히 교과서 역사 기술을 둘러싸고 한국, 중국이 반발할 때마다 이러한 검정 제도의 ‘특성’을 내세워 정부가 교과서 기술 수정 등에 개입할 수는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문부성은 지난 1월 근현대사를 기술할 때 정부 견해를 존중하도록 검정 기준을 개정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난징대학살 등 역사 관련 기술에 대한 정부 개입의 여지를 열어놓았다. 새 검정 기준은 올봄 신청을 받은 중학교 교과서 검정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이번에 검증 결과가 발표된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이 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