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오늘

[어제의 오늘]칭기스칸 잠들다

서의동 2009. 8. 17. 16:40
 고기를 잘게 다진 뒤 불에 구워 먹는 햄버거 스테이크는 독일 함부르크 지방의 이름을 딴 것이지만 원래는 몽골에
서 전해진 요리법이다. 질긴 말고기를 다져먹던 풍습이 몽골이 러시아를 지배하는 동안 전파되면서 독일로 건너갔던 것이다. 한때 햄버거 스테이크는 ‘타르타르’ 스테이크로 불리기도 했는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지옥 타르라로스가 어원인 타르타르는 몽골인의 별칭이다. 몽골에 대한 중세 유럽인들의 뿌리깊은 공포감이 잘 드러난다.

 중국에서 카스피해에 이르는 유라시아 지역을 휩쓸었던 몽골제국의 창업자 칭기스칸(成吉思汗)은 1162년경 몽골 오넌강 상류지방에서 태어났다. 본명이 테무진(鐵木眞)인 징기스칸은 9살때 아버지 예수게이가 타타르 족장에게 독살당하는 불운을 겪으며 강인하고 비정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초원의 생존법칙’을 체득한다. 테무진은 여러 부족을 굴복시키며 1206년 몽골초원의 통일을 이룬 뒤 부족장 집회인 쿠릴타이에서 몽골국의 탄생을 선포했고 ‘세계의 통치자’를 뜻하는 칭기스칸으로 추대된다. 

 칭기스칸의 몽골군대는 3년 뒤인 1209년부터 대외원정에 나서 중국 북서부의 간쑤성(甘肅省), 산시성(陝西省)을 지배하던 탕구트의 서하(西夏)를 복속시킨 뒤 1214년 중국 본토의 금나라를 정복한다. 이어 이슬람권의 최대국가인 호레즘 제국을 정벌한다. 칭기스칸은 호레즘과 평화적인 교역을 원했으나 그가 보낸 상인들이 첩자로 몰려 몰살당했고, 사신마저 처형당하자 분노의 복수극을 펼친 것이다. 칭기스칸의 군대는 정복한 도시마다 초토화시켰다. 호레즘의 수도가 함락되자 120만명이 학살됐고, 메브르는 100만명, 연니샤푸르는 170만명이 목숨을 잃는 문명사 최대규모의 학살이 벌어졌다. 칭기스칸은 몽골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서하를 정복하기 위해 직접 군대를 몰고 출병에 나섰다가 1227년 8월18일 숨을 거두지만  그의 후예들은 이후 1279년까지 러시아, 폴란드, 헝가리 등으로까지 정복활동을 이어가며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제국을 건설했다.  

 칭기스칸의 몽골제국이 세계정복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일당백을 자랑하는 기마군단으로 다양한 전략전술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잔혹한 살육전으로 적지에 미리 공포감을 조성하는 심리전, 스파이망을 활용한 정보수집과 교란작전, 위장과 매복 등을 구사할 뿐 아니라 포로를 화살받이로 이용하는 등 이기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능력이 있으면 신분에 관계없이 발탁하는 인사, 양식과 전리품 분배에서 차별없는 평등주의도 조직을 결속시키고 부하들의 충성을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