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쓴 글

김상조 교수 인터뷰

서의동 2009. 9. 4. 10:29
“금리인상 시기 놓쳐 거품 확대”


 개혁진영의 경제학자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무역학과)가 일반인들을 상대로 한국경제론 강의에 나선다. 3일부터 11월19일까지 매주 서울 종로구 적선동 한국건강연대 사무실에서 열리는 강의는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진보의 시각에서 조망해볼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지난 1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보수진영의 경제교육이 강화되고 있는 반면 진보진영의 대중 경제교육은 드물어 강의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출구전략’과 관련해 “출구전략의 핵심은 금리인상인데 통화당국이 올 상반기에 인상할 타이밍을 놓친 것 같다”며 “정부가 당분간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암시를 시장에 주면서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버블(거품) 확대를 방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회복의 불씨를 꺼뜨릴 가능성은 낮은 반면, 정부와 통화당국이 인플레이션과 자산 거품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효과가 적지 않은 만큼 9월 중에라도 단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된 지 1년이 됐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1930년대 대공황의 재판이 되리라는 예측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대공황 당시의 정책오류들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각국이 공조체제를 구축하면서 경기부양에 나선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정부-재벌-금융의 ‘삼각동맹’ 체제가 위기를 맞아 강화되면서 경기회복이 빨라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체제로는 경제의 바람직한 미래를 장담할 수 없고, 자산거품 확대 등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정부가 미온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타이밍을 놓친 것 같습니다. 적어도 상반기에 한 차례 올렸어야 했습니다. 정부는 내년 초까지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계속 주면서 거품을 키우고 있습니다. 9월에라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야 합니다.”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회복의 불씨를 꺼뜨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데요.

“주택담보대출이 한 달에 4조원씩 늘어나는 것은 아무리 봐도 비이성적인 상황입니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더라도 경기에 부정적 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자산시장의 버블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통화당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효과는 매우 클 것입니다.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침체가 재발할 경우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다시 내릴 수 있는 정책선택의 여지를 넓히는 의미도 있습니다.”

-금융위기에서 빨리 벗어나긴 했지만 우리 경제의 불균형은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역대 정부가 경제성장률과 주가만 좋으면 경제정책이 성공했다고 간주해온 것이 문제입니다. 정부가 이른 시일내에 성장률과 주가를 높이기 위해 재벌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경제운용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지요. 어찌보면 5년 단임 대통령제라는 우리 정치구조가 이런 조급증을 낳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우리나라의 총투자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지만 그에 비해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에도 못미치고 있는데 이는 투자가 대기업의 거대 장치나 건설투자에 집중되기 때문입니다.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도 없고, 중소기업과의 상생(相生)도 이끌어내지 못하는 투자형태가 반복돼서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