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쓴 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오해

서의동 2009. 9. 30. 10:47
ㆍ전문가 “장기불황은 소비세율 인상 등 원인… 출구전략 쓴적 없어”

정부 당국자들이 최근 기준금리 인상이 시기상조라며 1990년대 일본의 장기불황 사례를 예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90년대 통화부문에서 출구전략을 쓴 적이 없어 이는 잘못된 논거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장기불황은 소비세율 인상과 동아시아의 외환위기가 주된 요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29일 일본 경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본은 80년대 후반의 자산버블(거품) 해소를 위해 급격한 금융긴축에 나선 결과 90년부터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급락했고, 부실채권이 증가하면서 경기침체와 금융시장 불안에 빠져들었다.
  이에 따라 일본의 통화당국은 90년 8월부터 2001년 9월까지 12차례에 걸쳐 정책금리를 연 6%에서 연 0.1%까지 내렸다.
 하지만 93년 하반기를 고비로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자 하시모토 류타로 내각은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97년 4월 소비세율을 2%포인트 인상하고, 2조엔 규모의 특별감세를 폐지했다. 이는 회복기미를 보이던 소비를 위축시켰고, 한국 등 아시아 금융위기로 인한 수출감소와 겹치면서 경기후퇴를 심화시켰다.
  99년 들어 경기가 다시 살아나면서 통화당국은 2000년 8월 제로금리 정책을 해제했지만, 이번에는 미국의 정보·기술(IT) 버블 붕괴라는 악재에 부딪혔다. 이 여파로 2000년 하반기 경기가 급락세를 보이자 일본 통화당국은 2001년 3월 실질적인 제로금리 정책으로 재전환했다.
  2007년 <일본의 장기침체와 회생과정>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박종규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은 “90년대 이후 일본의 장기불황은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소비위축과 아시아 금융위기에 따른 수출급감이 결정적인 요인이었다”며 “하지만 통화부문에서는 완화기조가 유지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본이 재정부문에서 출구전략을 쓰다가 장기불황을 초래했는데도 기준금리 인상의 반대 논거로 활용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강연에서 “90년대 일본에서 보듯 정책기조의 전환이 너무 빠를 경우 ‘더블 딥(이중침체)’의 우려가 있다”며 기준금리 조기인상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