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쓴 글

자본견제 '노동자펀드'만든다

서의동 2009. 11. 12. 20:30
ㆍ금융권 노조 추진… 금속노조 산하 사업장 등 참여예상

노동계가 내년 중 대형펀드를 조성해 경영감시에 나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계가 펀드를 통해 기업 경영감시에 나서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일인데다 파업 등 현장투쟁 중심의 노동운동이 펀드를 통해 자본을 견제한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된다. 금융권 노조가 중심이 돼 추진 중이며 금속노조 산하 대규모 사업장들도 가세할 것으로 보여 펀드 액수는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증권과 한국신용평가 노조 등은 12월1일 서울 여의도에서 ‘함께하는 경영참여연구소’를 발족한다. 연구소장으로는 이상학 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이 내정된 상태다. 이 연구소는 노동조합과 시민단체와 전문가집단 등과 연계해 기업경영참여와 감시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연구소는 특히 노조원들이 납입해 조성하는 사회책임투자(SRI) 펀드를 통해 지배구조가 불투명하거나 경영에 문제가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주주제안권 발동 등을 통해 사외이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형태의 경영감시 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원장을 중심으로 2006년 상장기업들의 지분을 사들인 뒤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하는 운동을 전개해 온 한국지배구조개선펀드(장하성 펀드)와 유사한 역할이어서 노동계의 ‘장하성 펀드’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 펀드에는 현대자동차 노조를 비롯해 조합원 15만명 규모의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사업장들도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노사관계를 축으로 하던 노동운동이 주주 행동주의와 결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소 발족을 주도하고 있는 장도중 한국신용평가정보 노조위원장은 “노조원들이 투쟁기금 마련을 위해 월급에서 일정부분을 갹출하는 것과 달리, 펀드운용을 통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도 기여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갖는다”며 “노조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펀드에 가입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또 자본시장 동향과 산업 및 기업 조사·연구 등을 통해 노동계의 경영참여를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