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여적]폴 라이언의 은퇴

서의동 2019. 8. 3. 18:47

2018.04.12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 즉 가족의 많은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총리직 수행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었습니다.”

 

2016년 12월5일 뉴질랜드 국회 주례 기자회견에서 존 키 총리(당시 55세)가 총리직 사임을 전격 발표했다. 키 총리는 “얼마 전 총리 취임 8주년 기념일을 보냈고, 국민당 대표로서도 10년을 채웠다”며 “지금이 물러나기에 적기”라고 했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11년 크라이스트처치 대지진에 적절히 대처해 호평을 받아온 그가 사임이유로 가족의 희생을 꼽은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는 두 살 연하인 아내 브로나가 많은 밤과 주말을 홀로 보냈으며, 두 자녀도 사생활이 침해되고 압박감에 시달렸다고 설명했다. 브로나가 “나와 총리직 중 택일을 하라”며 최후통첩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돌연 정계 은퇴를 선언해 미국 정가를 충격에 빠뜨린 폴 라이언 하원의장(48)도 세 아이와 아내에게 충실해지고 싶다는 이유를 들었다. 라이언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불출마할 것이며 내년 1월 초 의장직과 하원의원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1998년 정계에 입문한 라이언은 공화당의 촉망받는 ‘젊은 기수’로 꼽혀왔고, 45세이던 2015년에는 124년 만에 40대 하원의장으로 선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좌충우돌에 따른 좌절감이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의 은퇴로 공화당의 중간선거에 적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그의 은퇴의 변은 가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새 임기를 맡으면 아이들은 나를 ‘주말 아빠’로만 기억할 것”이라며 “그렇게 내버려둘 순 없다”고 했다. 그는 워싱턴에서 의정생활을 하다가도 주말에는 어김없이 위스콘신 제인스빌로 돌아가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아이들에게 ‘주말 아빠’로 기억되는 것이 가슴 아팠던 모양이다.

 

가족을 위해 자발적으로 정계를 떠나기로 결정하는 것은 한국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하는 뉴스다. 한편으로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정치인이 실천하기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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