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여적]대북 확성기

서의동 2019. 8. 3. 18:50

2018.04.23  

 

2015년 8월20일 오후 서부전선에서 북한군이 남쪽을 향해 포탄 1발을 쏘자 군 당국이 포탄 20발을 대응포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보름 전 발생한 목함지뢰 사건을 계기로 군 당국이 11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군이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무차별 타격하겠다”고 경고한 지 닷새 만이었다.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극도로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남한 발전상 소개와 북한 체제비판이 기본 메뉴이지만 건강상식이나 일기예보 같은 생활정보와 대중음악 등도 편성된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일기예보가 의외로 효과적이라고 한다. 정보가 차단된 산속에서 복무하는 병사들이 확성기의 날씨예보를 접한 뒤 예보가 맞으면 방송 전체에 신뢰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대중가요도 병사들의 심리적 동요를 유발하는 효과가 있다고 군당국은 보고 있다. 대중가요는 양희은의 ‘네 꿈을 펼쳐라’, 벗님들의 ‘당신만이’, 들국화의 ‘세계로 가는 기차,’ 여자친구의 ‘오늘부터 우리는’ 등 비교적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있다. 아이돌 그룹의 K팝은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증언도 있다. 2011년에 한국에 온 한 탈북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K팝에 대해 “영어도 섞여 있어 무슨 가사인지 잘 들리지도 않는다”고 했다.

 

북한은 한국이 대북 심리전으로 한반도 긴장을 높이고 있다며 국제 여론전을 벌일 정도로 확성기 방송에 위협감을 느꼈다. 2016년 1월 북한이 외신에 공개한 황해남도 전방관측 초소의 영상을 보면 남측 확성기를 통해 가수 김범수의 ‘보고 싶다’가 가사를 알아들을 정도로 또렷하게 들린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최전방 10여곳에서 시작됐다가 이동식 확성기 등을 합해 40여곳으로 늘어났다. 출력을 최대로 높이면 주간 10㎞, 밤에는 24㎞ 거리까지 전달된다. 서부전선의 확성기 방송은 개성시내까지 들린다고 한다.

 

국방부는 군사적 긴장완화와 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해 23일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덕분에 오는 27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은 확성기 소음 없이 조용한 분위기에서 치러지게 됐다. 1963년 시작돼 재개와 중단을 반복해온 대북 확성기 방송이 이번에는 영구히 멈추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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