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여적]관광 공해

서의동 2019. 8. 3. 18:55

2018.05.23 

 

중세시대에는 성지순례가, 17세기부터는 유럽 상류층 자제들이 고대 그리스·로마 유적지를 여행하던 ‘그랜드 투어’가 성행했지만 대중적인 관광산업은 철도가 발달하고, 호텔이 등장한 19세기에 본격화됐다. 침례교 전도사이던 영국인 토머스 쿡(1808~1892)은 1841년 7월5일 금주(禁酒)운동 집회에 많은 이들을 참석시키기 위해 전세열차를 기획했다. 참가자를 모집한 뒤 주최자가 인솔하는 ‘패키지 여행’의 효시였다. 관광산업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 황금기에 비약적 발전을 했다. 1950년 2500만명이던 국제 여행객은 2013년 약 10억명으로 늘어났다. 한국에서도 2008년 1199만명이던 내국인 출국자가 지난해 2649만명으로 불어났다.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소확행(小確幸)’, 욜로 트렌드가 유행하면서 관광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

 

관광객 증가로 지역경제에는 윤기가 돌지만 주민 불편은 커진다. 인구 85만명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지난해 1700만명이 몰리면서 도시 전체가 ‘놀이동산’으로 전락했다. 2016년 5500만명이 다녀간 일본 교토는 쓰레기가 폭증하고 평범한 동네식당이 관광 명소로 바뀌면서 조용하던 마을이 북새통이 됐다는 주민 불만들이 터져 나온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17만명이던 인구가 5만명 밑으로 줄어 관광객 때문에 원주민이 떠나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의 대표 도시가 됐다.

 

국내에서도 서울 북촌과 서촌 등지에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주민들이 떠나는 사례가 확인됐다. 종로구청 조사 결과 월평균 약 28만명의 외국인이 다녀간 북촌 한옥마을의 주민수가 2012년 8719명에서 지난해 7438명으로 14.7% 감소했다. 종로구 전체 감소율(6.3%)의 배에 달했다. 집 마당에 불쑥 들어와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거나 집 앞 화분에 일회용 커피잔을 버리는 일이 다반사다. 세탁소·미용실은 임대료 상승을 견디지 못해 사라진다.

 

일부 도시들이 관광세 징수 등 규제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일상을 탈출한 관광객들이 맛보는 설렘과 감동에 비례해 주민 불편은 커지는 ‘관광의 모순’은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 같다. 관광객과 주민의 호혜적인 공생, 세계인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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