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여적]2018㎜

서의동 2019. 8. 3. 18:51

2018.04.25 

 

2000년과 2007년 열린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의 무대는 평양 대성구역 임흥동에 위치한 백화원(百花苑) 초대소다. 3층 구조의 3개동이 연결된 연건평 3만3000㎡(1만평) 규모의 백화원 초대소는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등 주요 인사들의 숙소 겸 회담장으로 사용됐다. 건물 앞에는 여러 개의 분수대가 설치된 인공호수가 있고, 초대소 이름대로 화단에는 100여종의 꽃이 피어 있다.

 

2000년 6월13일 방북한 김대중 대통령은 파도가 세차게 치는 해금강을 그린 대형 벽화를 배경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한 뒤 응접실로 자리를 옮겨 30분간 환담했다. 사계절의 풍경화가 걸려 있는 접견실에서 김 위원장은 거침없는 어조로 분단현실의 정곡을 찔렀다. “대통령께서는 무서움과 두려움을 무릅쓰고 용감하게 평양에 오셨습니다. 전방에서는 군인들이 총부리를 맞대고 방아쇠만 당기면 총알이 나갈 판인데, 대통령께서는 인민군 명예의장대의 사열까지 받으셨습니다. 이건 보통 모순이 아닙니다.”(임동원 회고록 <피스메이커>) 회의실에서 마주 앉았다.

 

7년 뒤인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이 방북했을 때도 이 초대소에서 회담이 열렸다. 김 위원장은 볼살이 빠지고 머리숱도 많이 줄어든 데다 표정도 7년 전에 비해 밝지 않았다. 노 대통령 집권 말기인 데다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유력한 정세 탓이었을지 모른다.

 

3차 정상회담이 열리는 판문점 평화의집 회담장은 백화원 초대소와 달리 테이블이 타원형이다. 청와대는 휴전선이라는 물리적 경계와 분단 70년이라는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고 둘러앉아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도록 하기 위해 사각형 테이블을 타원형으로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타원형 테이블 중앙의 폭은 정상회담이 열리는 2018년을 상징해 2018㎜로 했다. 백화원 초대소의 회담 테이블은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당시 영상을 보면 폭이 좀 더 넓어 보인다. 남북 정상은 두 차례 정상회담 때보다 좀 더 가깝게 마주 앉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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