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여적]김정은의 셀카

서의동 2019. 8. 3. 18:57

2018.06.12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심야 싱가포르에서 발신된 한 장의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후끈 달궜다.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무장관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옹예쿵 전 싱가포르 교육장관이 싱가포르의 식물원 가든스바이더베이에서 나란히 포즈를 취한 ‘셀카’ 사진으로, 발라크리슈난 장관이 찍어 트위터에 올린 것이다. 이날 밤 9시쯤 숙소를 떠난 김정은 위원장은 가든스바이더베이를 거쳐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인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을 찾았다. 이어 싱가포르의 오페라하우스로 불리는 ‘에스플레네이드’를 둘러본 뒤 2시간 만에 호텔로 돌아갔다. 김 위원장은 야행 도중 시민들에게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사회주의권 밖의 국가를 방문한 것도 드문 일이지만, 시내관광을 하면서 시민들과 눈을 맞추는 것도 이례적이다. 스위스 유학 경험을 가진 30대 청년 김 위원장이 서방문물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남측 예술단의 일원으로 평양에서 공연한 걸그룹 ‘레드벨벳’에게 “같은 동포인데 레드벨벳을 왜 모르겠느냐”며 한국 대중예술에 대한 관심을 표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셀카 출연은 그가 소셜미디어의 작동 방식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을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 올리면 순식간에 유포될 뿐 아니라 딱딱한 보도사진에 비해 친근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이런 효과를 염두에 두었는지 알 수 없지만, 정상국가의 지도자로 도약하려는 그에게는 효과만점의 한 컷이 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정부 당국자에게 “여러 분야에서 귀국(싱가포르)의 훌륭한 지식과 경험들을 많이 배우려고 한다”고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싱가포르는 ‘잘사는 북한’이라는 별칭답게 국부로 추앙받는 리콴유가 장기집권하면서 경제발전에 성공한 나라다. 독재와 통제된 시장경제라는 점이 북한의 구미를 당겼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셀카는 변화에 대한 북한의 열망이 응축된 역사적 한 컷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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