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05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보면 주인공 스즈가 친구의 자전거 뒤에 타고 벚꽃이 흐드러진 도로를 달리는 인상적인 장면이 등장한다. 일본의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자전거가 예외 없이 등장할 정도로 생활에 밀착해 있다. 회사나 학교가 1~2㎞ 정도 떨어져 있는 경우 자전거로 통근·통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정주부가 어린아이 둘을 자전거 앞뒤에 태우고 장을 보러 가는 모습도 일상 풍경 중 하나다.
일본에서 자전거는 원칙적으로 차도를 달려야 하지만 보도 중에서도 자전거 통행을 허용하는 곳이 적지 않다. 또 13세 미만이나 70세 이상은 보도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간선도로에는 갓길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어 색깔로 구획표시를 하거나 펜스 또는 경계석을 설치해 차량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보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폭이 5m에 불과해 별도의 자전거길이 없고, 곳곳에 전봇대가 있는 도로들도 많아 자전거가 전봇대를 피하려다 뒤따르던 차와 충돌하는 사고도 종종 있다. 그래도 차량들이 저속운행하는 편이어서 대형사고로까지 이어지는 일은 드물다.
국내에서도 자전거 문화가 확산되면서 지역별로 공공자전거가 도입되고 자전거도로도 생겨났다. 버스 중앙차로제가 도입되면서 지난 4월 서울의 심장부인 종로의 종로 1가부터 종로 6가 교차로까지 2.6㎞ 구간에 자전거도로가 등장했다. 자전거가 어엿한 대중교통 수단이 됐음을 알리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차도와 자전거도로를 구분하는 펜스가 없는 구간이 많고 도로 폭이 좁아 이용자들이 썩 편하게 느끼는 것 같지는 않다. 펜스가 없는 구간은 자동차나 오토바이가 침범하는 일도 잦다.
종로 자전거길이 안착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자전거의 존재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차량 운전자들의 심리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길을 내려면 도로 다이어트로 보도를 넓힌 뒤 보행자와 자전거가 함께 이용하는 게 현실적일 것 같다. 경계석으로 구분을 짓는다면 더 좋겠다. 보행자를 배려하는 자전거 이용자의 매너도 필수다. 자전거가 명실상부한 대중 교통수단이 되기엔 갈 길이 아직 남아있다.
'여적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적]일본의 약속 (0) | 2019.08.04 |
---|---|
[여적]비단섬 (0) | 2019.08.04 |
[여적]케말리즘의 위기 (0) | 2019.08.03 |
[여적]외래종의 세계화 (0) | 2019.08.03 |
[여적]김정은의 셀카 (0) | 2019.0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