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여적]일본의 약속

서의동 2019. 8. 4. 12:24

2018.06.28 

하시마(端島)는 일본 규슈 나가사키시의 남서쪽에 있는 탄광섬이다. ‘군함도’로도 불리는 이 섬은 한국인에게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의 상징이다. 국무총리 산하기관인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1943~1945년에 500~800여명의 조선인이 하시마에서 강제노역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7월 개봉된 영화 <군함도>는 영문 모르고 끌려온 조선인들이 구타와 학대 속에 강제노동에 시달리는 참상을 묘사했다.

 

2015년 7월5일 하시마와 야하타제철소 등 규슈와 야마구치 일대의 철강·조선·탄광업 시설 23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강제동원의 아픈 기억이 서린 이 시설들을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에 한국이 반발하면서 한·일 갈등이 불거졌다. 그러자 일본은 “1940년대 많은 한국인과 다른 나라 사람들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 끌려와 가혹한 환경에서 강제로 일했다는 것을 이해토록 하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일본이 3년이 지나도록 이행하지 않고 미적거리자 유네스코가 지난 27일(현지시간) 한국인 등의 강제노역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알려야 한다는 결정문을 채택했다.

 

하시마 문제에 대해 일본에서는 ‘맞불작전’ 움직임도 나타났다. ‘진실의 역사를 추구하는 하시마 주민 모임’이란 단체가 당시 탄광에서 일했던 일본 노인들의 증언이 담긴 동영상을 지난해 말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노인들은 ‘조선인 노동자들은 철창이 쳐 있는 건물에 수용됐고, 조선인들을 감시하기 위한 높이 10m의 감시탑이 있었다’는 증언에 대해 “그런 건물은 없었다. 비좁은 섬이라 감시탑을 지을 수도 없다”고 했다. 조선인들이 갱내에서 경찰에 구타당했다는 증언에는 “경찰은 갱내의 일을 간여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하시마는 ‘지옥도’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증언 대 증언’의 충돌인 셈이다.

 

하지만 태평양전쟁 당시 조선인 강제동원은 엄연한 사실이다. 일본 정부는 등재 당시의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그와 별개로 하시마에 대해 양국이 공동조사를 해보면 어떨까 싶다. 주장이 맞서는 과거사를 하나라도 줄여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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