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23
최근 일본의 청년세대는 장기불황 속에서 나고 자라 돈과 출세에 관심이 적다는 특징 때문에 ‘사토리(悟り)세대’라는 별칭이 붙었다. 득도한 수도승처럼 부귀영화와 현실의 명리에 관심을 끊은 듯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들은 나고 자란 지역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대학도 가급적 고향에서 가까운 곳을 희망하고 도쿄유학 열망도 예전만 못하다. 리스크가 큰 대도시 유학·취업보다는 고향에 머물며 가족과 지역 커뮤니티라는 안전망에 의존하는 심리가 강해진 것이다. 당연히 해외근무나 전근은 피하고 싶어한다. 일본 산교노리쓰대학이 2017년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입사 뒤 해외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60.4%로 2001년 20.2%에서 크게 늘었다. 회사의 지시라면 전근도 해외근무도 마다 않는 ‘회사인간’은 이제 일본 기업에서도 드물어진 것이다.
이런 청년들의 취향과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소멸’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일본에서는 ‘지역한정 사원’ 제도가 각광받고 있다. 전근이나 해외근무 부담 없이 일할 수 있는 방식으로 최근 각 대기업들에서 속속 도입되고 있다. 파나소닉은 일본 내 12개 공장에서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지역한정 사원을 지난해 5월부터 채용했다.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의 조사 결과 72.6%가 ‘지역한정 정사원’을 뽑는 회사에 응모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일본에선 도쿄의 대기업 사원들을 일정기간 지방에서 근무하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에도시대에 실시됐던 ‘산킨코타이(參勤交代)제도’를 거꾸로 적용했다는 뜻에서 ‘역(逆)산킨코타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산킨코타이는 에도 막부가 지방통제를 위해 지방영주들을 정기적으로 에도에 와 있도록 한 일종의 인질제도다. 역(逆)산킨코타이는 도쿄 대기업의 사원 중 10%를 매년 1개월씩 지방에서 근무토록 하자는 제안이다. 사원들은 도쿄의 만원전철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면서 생산성과 창조성을 높일 수 있고, 해당 지자체로서도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구감소가 일본 이상으로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한국의 정책당국자들도 일본의 이런 궁리들을 눈여겨봐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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