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6
아프리카국가 가나 하면 방송인 샘 오취리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비정상회담’ 등 각종 예능프로에서 활동 중인 오취리는 능청스러우면서도 쾌활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 덕에 가나의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형성됐음은 물론이다. 가나의 외교관들은 오취리에게 톡톡히 빚을 진 셈이다. 돈과 상품, 사람이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고국을 떠나 외국을 활동무대로 삼는 이들이 부쩍 늘어났다. 다중에 얼굴이 알려지는 대중문화인들은 좋든 싫든 ‘민간 외교사절’의 지위를 부여받게 된다. 이들의 언행을 통해 그 나라의 이미지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배용준은 민간 외교를 이끈 대중문화인의 원조다.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 방영된 드라마 <겨울연가>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불어닥친 ‘욘사마’ 신드롬은 한·일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었다. 지적이고 자상한 드라마 속의 ‘준상’에게 빠진 일본인들은 드라마 속 캐릭터와 다르지 않은 배용준의 겸허한 행동거지에 재차 매료됐다. 일본에서 ‘한류’ 붐이 본격화된 데는 배용준의 공이 지대했다.
민간외교의 바통은 K팝 스타들로 넘어간 지 오래다. “당신이 어디서 왔고 피부색이 무엇이든 간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십시오.” 지난 9월 방탄소년단이 유엔본부에서 한 ‘스피크 유어셀프’ 연설은 전 세계 젊은이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각국에서 한국어와 한글 학습붐이 일고, 한국 유학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늘어난 데는 K팝 스타들의 영향이 컸다.
민간외교에서 베트남 축구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박항서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베트남 국가 대표팀이 15일 AFF 스즈키컵에서 우승하면서 베트남 전역이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그의 자상하고 겸허한 리더십에 베트남인들은 찬사를 보낸다. 국내에서도 ‘박항서 감독 덕에 한국과 베트남이 형제국이 됐다’는 환호가 나온다.
하지만 그러기엔 베트남과 한국 사이에는 아픈 기억들이 많다. 한국의 잘못이 크다. 박 감독이 “저를 사랑해주시는 만큼, 대한민국도 사랑해달라”고 한 것을 두고 ‘울컥했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박 감독이 쌓은 덕과 공이 모래성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의 행동거지를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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