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여적]명태의 귀환

서의동 2019. 8. 4. 22:36

2018.12.25  

명태는 ‘국민생선’이다. 동해 연안에서 산란해 북태평양, 베링해, 오호츠크해까지 갔다가 동해 연안으로 돌아와 알을 낳는다. 먹는 용도와 방식이 다채로워 생태찌개와 황태북엇국, 동태전은 물론이고, 내장과 알은 젓갈로 만들어 먹고, 꼬리와 지느러미는 국물맛을 내는 데 쓰인다.

 

명태는 일본과 북한에서도 즐겨 먹는다. 일본에서는 어묵 종류인 ‘가마보코’, ‘멘타이코’로 불리는 명란으로 식탁에 오른다. 북한에서는 명태에 무와 좁쌀밥, 양념 등을 넣어 발효시킨 명태식해가 유명하다. 북한에서는 1970년대까지는 명태가 너무 많이 잡혀 연필을 사면 명태를 덤으로 끼워줄 정도였다. 제철에는 마을 단위로 의무 소진량이 내려오는데 채 먹지 못해 그냥 버릴 정도였다고 한다. 남북 모두에 친근한 ‘민족생선’임에 틀림없다.

 

그러던 명태가 어획량이 급감해 1981년 16만t이던 어획량이 2008년엔 제로였다. 최근 50년간 동해 수온이 1.7도 상승하면서 어장이 북상했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명태 치어인 노가리의 남획으로 씨가 마른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해양수산부가 2014년부터 ‘명태살리기 프로젝트’를 가동했고 2016년 10월에는 완전양식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어미에서 얻은 수정란을 인공부화시켜 성어로 키운 뒤 다시 수정란을 얻는 순환체계 구축에 성공한 것이다. 정부가 마리당 50만원을 걸고 어미 명태 ‘현상수배’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키운 치어 31만6000마리를 동해에 방류했다. 북한에서도 지난해 6월 명태 치어 인공배양에 성공했다는 노동신문 보도를 보면 ‘명태살리기’는 남북 공통의 과제인 듯하다.

 

지난 18일부터 사흘간 강원 고성군 죽왕면 공현진 앞바다에서 명태 2000마리가 잡혔다. 자연산 명태가 2006년 이후 12년 만에 대량으로 잡힌 것이다. 공현진 앞바다는 정부가 치어를 방류했던 곳이어서 ‘명태살리기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은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진다. 강산에가 지난 4월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에서 노래 ‘명태’를 불렀다. 함경도 사투리로 “아바이 밥 잡쉈소”하는 대목에 관객들이 웃음을 참느라 애쓰는 장면을 보면 왠지 마음이 넉넉해 진다. 명태가 동해로 다시 귀환해 남북의 식탁을 풍성하게 할 날을 꼽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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