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여적] 구글의 반독점법 피소(2020.10.23)

서의동 2021. 5. 25. 20:33

미 법무부가 11개 주 정부와 함께 워싱턴 법원에 구글을 상대로 낸 소장

19세기 후반 미국에는 기업들의 경쟁제한 행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철강과 석유, 철도 등 대부분 영역에서 시장을 독점하는 기업 형태인 트러스트들이 속출했다. 트러스트의 대표 격인 인물이 ‘석유왕’ 존 데이비스 록펠러다. 남북전쟁 때 곡물사업으로 돈을 번 록펠러는 1870년 석유회사 스탠더드오일을 세운 뒤 이듬해엔 뉴욕, 필라델피아, 피츠버그 등에 있던 정유사 27개를 인수·합병한다. 1873년 세계 금융공황 와중에 석유회사들을 줍다시피 사들인다. 1880년 스탠더드오일의 시장 점유율은 90%를 넘었고, 급기야 ‘독점 괴물(The Monster Monopoly)’로 불렸다. 독점 기업들은 생산량 조정·가격 인상 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면서 경쟁기업의 사다리를 걷어찼다. 1904년에는 300여개의 거대 트러스트들이 미국 전체 산업자본의 3분의 2를 통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독점의 폐해를 규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1890년 존 셔먼 상원의원이 발의한 셔먼 반독점법이 제정됐다. 기업 간 연합과 독점을 불법화한 셔먼법은 기업들의 로비로 한동안 사문화됐다가 강력한 반독점주의자인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에 의해 되살아나면서 트러스트에 맞서는 보검이 됐다. 스탠더드오일은 1911년 34개 회사로 분할됐고, 담배시장의 95%를 장악했던 아메리칸토바코도 16개 회사로 쪼개졌다. 1914년에는 경쟁제한 행위 금지 등을 구체화한 클레이턴법이 제정되고, 연방무역위원회(FTC)가 설치됐다. 이때 확립된 ‘반독점 규제’ 체제가 이후 60~70년간 미국 경제 역동성의 원천이 됐다. 
 

미국 법무부가 20일 구글을 반독점 행위로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구글이 스마트폰에 자사 앱을 선탑재하도록 하고, 삭제가 불가능하도록 함으로써 경쟁업체 시장진입을 막았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제소 이후 20여년 만의 대형 반독점 소송이다. 조너선 테퍼는 세계적 주목을 받은 <자본주의의 신화>에서 “오늘날 자본주의의 많은 문제들은 자본주의 자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경쟁 부족 때문”이라고 했다. 반독점 정신을 되살려야 자본주의를 개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시각으로 보면 이번 소송은 ‘자본주의 구하기’ 소송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