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여적]관방장관(2020.9.1)

서의동 2020. 9. 15. 16:04

스가 관방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8일 전격 사의를 표명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후임으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부상하고 있다. 스가 장관은 2012년 ‘제2차 아베 정권’ 출범 때부터 관방장관을 맡아 내각 운영을 총괄해온 핵심 인사인 만큼 아베 총리의 공백을 메울 적임자라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일본 정부에서 내각관방은 총리를 보좌·지원하는 조직으로, 정부 주요 정책의 기획, 조정 및 정보 수집 등을 담당한다. 그 수장인 관방장관은 국정 현안을 해당 부처 및 여당과 조율하고, 현안에 대한 정부의 공식 견해를 발표한다. 한국으로 치면 대통령비서실장, 정책실장과 대변인을 합친 막중한 자리다. 2014년에는 내각 인사국이 설치되면서 관방장관이 각 부처 국장급까지의 인사권을 쥐고 있다. 본래 관방(官房)은 군주의 측근이 사무를 보는 방이라는 뜻으로, 근대화 초기 일본이 프로이센의 관료제도를 차용하면서 도입된 직제다. 옛 공산권의 서기국, 비서국과도 닮은 데가 있다.

관방장관은 총리가 자리를 비웠을 때 국정상황을 챙기기 때문에 해외 출장을 가는 일이 드물다. 총리와 관방장관이 함께 도쿄를 비우는 일도 거의 없다. 지난 30년간 관방장관이 해외출장을 간 경우는 단 4차례에 불과할 정도다. 이 때문에 지난해 5월 스가 장관이 나흘간 미국 방문에 나서자 ‘포스트 아베’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관방장관은 매일 기자회견에 등장하는 만큼 언론 노출도 면에서 총리를 능가한다. 일본 정가에서는 총리의 ‘등용문’으로 통하고, 실제로 관방장관 출신 총리도 적지 않다. 아베 총리의 외종조부였던 사토 에이사쿠 총리를 비롯해 오히라 마사요시, 스즈키 젠코, 다케시타 노보루, 미야자와 기이치, 오부치 게이조, 후쿠다 야스오 총리 등이 관방장관을 거쳤다. 아베 총리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밑에서 관방장관을 지낸 바 있다.

스가 관방장관이 새 총리가 될 경우 국정의 안정을 꾀할 수는 있겠지만, 아베 정권의 공동운영자였던 만큼 개혁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아베노믹스와 코로나 대책에 대한 국민 피로감을 감안할 때 롱런 가능성도 불투명해 보인다. 안정이냐 개혁이냐의 갈림길에서 일본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