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금융위기 전까지 미국 경제는 ‘글로벌 불균형’에 의해 유지돼 왔다. 글로벌 불균형은 대략 이런 것이다. 중국이나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로 미국의 국채를 사들인다. 국채 수요가 많아지면 채권값이 올라가고 금리가 안정돼 신용 창출도 활발해진다.
소비가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미국 국민들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국채를 사는 데 지불하는 달러로 경상수지 적자에도 불구, 맘껏
소비를 누릴 수 있었다.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이 ‘불균형의 균형’은 조금씩 무너져내리고 있다. 집값이 폭락하자 미국 소비자들은 저축을 늘려 빚 갚기에 나섰고, 소비가 미국과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줄어드는 흐름이다. 지난 10월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미국은 수출을 늘리고 달러값을 떨어뜨려 경상적자를 줄이려 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동아시아 각국에 통상압력을 강화하고, 중국 등에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막강했던 달러 파워가 약해지면서 대체통화 논의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물론 ‘팍스 아메리카나’의 시대가 끝났다고 할 수는 없지만, 미국의 소비를 전 세계가 떠받쳐온 경제질서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서울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이런 변화의 흐름과 맞물려 있다.
돌이켜보면 한·미 FTA가 추진되기 시작한 것은 ‘팍스 아메리카나’의 위세가 정점을 찍던 시기였다. 1년여에 걸친 FTA 협상이 타결되던 2007년 4월은 공교롭게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회사들이 파산하기 시작하던 때다.
정부 당국자들은 양국이 ‘이익 균형’을 절묘하게 맞췄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자동차 외에 눈에 띄는 실익은 없었다. 협상에 앞서 미리 스크린쿼터 축소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등 부시 행정부의 숙원을 풀어준 점을 감안하면 플러스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나마 가장 큰 성과물인 자동차 분야에서 양보하지 않으면 비준이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설령 비준이 된다 한들 미국의 소비자들이 다시 예전처럼 지갑을 열지도 의문이다. 더구나 현대차에 이어 기아자동차까지 미국 현지에서 수십만대의 양산체제에 나서는 시점이다.
요컨대 우리가 한·미 FTA 비준을 서둘러야 할 이유나 명분은 사라지고 있다. 한·미 FTA가 한·유럽연합(EU) FTA의 추진동력이 된다는 ‘지렛대’론도 유통기한이 지났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들의 말대로라면 한·EU FTA의 비준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한·미동맹 강화론 혹은 실체없는 개방당위론 정도가 남았을 뿐이다.
변화하는 세계 경제질서를 주시하면서 한·미 FTA의 비준 문제를 판단해야 한다. 비준안을 ‘선반 위에 올려둔 뒤’ 미국 경제의 회복세를 지켜보고, 경우에 따라 우리에게 불리했던 농업·서비스 분야까지 재협상할 각오를 해야 한다. 국민과 약속한 세종시 계획이 바뀌는 마당에 한·미 FTA라고 뒤집지 못할 이유는 없다.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이 ‘불균형의 균형’은 조금씩 무너져내리고 있다. 집값이 폭락하자 미국 소비자들은 저축을 늘려 빚 갚기에 나섰고, 소비가 미국과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줄어드는 흐름이다. 지난 10월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미국은 수출을 늘리고 달러값을 떨어뜨려 경상적자를 줄이려 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동아시아 각국에 통상압력을 강화하고, 중국 등에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막강했던 달러 파워가 약해지면서 대체통화 논의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물론 ‘팍스 아메리카나’의 시대가 끝났다고 할 수는 없지만, 미국의 소비를 전 세계가 떠받쳐온 경제질서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서울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이런 변화의 흐름과 맞물려 있다.
돌이켜보면 한·미 FTA가 추진되기 시작한 것은 ‘팍스 아메리카나’의 위세가 정점을 찍던 시기였다. 1년여에 걸친 FTA 협상이 타결되던 2007년 4월은 공교롭게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회사들이 파산하기 시작하던 때다.
정부 당국자들은 양국이 ‘이익 균형’을 절묘하게 맞췄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자동차 외에 눈에 띄는 실익은 없었다. 협상에 앞서 미리 스크린쿼터 축소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등 부시 행정부의 숙원을 풀어준 점을 감안하면 플러스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나마 가장 큰 성과물인 자동차 분야에서 양보하지 않으면 비준이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설령 비준이 된다 한들 미국의 소비자들이 다시 예전처럼 지갑을 열지도 의문이다. 더구나 현대차에 이어 기아자동차까지 미국 현지에서 수십만대의 양산체제에 나서는 시점이다.
요컨대 우리가 한·미 FTA 비준을 서둘러야 할 이유나 명분은 사라지고 있다. 한·미 FTA가 한·유럽연합(EU) FTA의 추진동력이 된다는 ‘지렛대’론도 유통기한이 지났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들의 말대로라면 한·EU FTA의 비준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한·미동맹 강화론 혹은 실체없는 개방당위론 정도가 남았을 뿐이다.
변화하는 세계 경제질서를 주시하면서 한·미 FTA의 비준 문제를 판단해야 한다. 비준안을 ‘선반 위에 올려둔 뒤’ 미국 경제의 회복세를 지켜보고, 경우에 따라 우리에게 불리했던 농업·서비스 분야까지 재협상할 각오를 해야 한다. 국민과 약속한 세종시 계획이 바뀌는 마당에 한·미 FTA라고 뒤집지 못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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