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마에하라 외상 사의 표명

서의동 2011. 3. 6. 16:48
“마에하라가 어렸을 적부터 줄곧 친하게 지내와 자식처럼 생각해 도왔을 뿐인데….”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 외상(48·사진)이 어릴 적 한 동네에서 살며 부모처럼 따르던 70대의 재일(在日) 한국인 부부로부터 매년 소액의 정치헌금을 받아온 사실이 드러나자 6일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이웃 간의 정’이 외국인의 정치헌금을 금지한 정치자금규정법 위반으로 정국을 흔드는 사안으로 비화하자 노부부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마에하라 외상에게 정치헌금을 한 재일 한국인은 교토시 야마시나구에서 불고깃집을 운영하는 박모씨(75)의 부인 장모씨(72). 남편 박씨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마에하라 외상을 12살 때부터 알게 됐고 큰아들과도 동갑내기여서 자식처럼 여겨왔다”면서 “이렇게 큰일로 번지리라곤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마에하라가 12살 때 이사온 뒤 우리 가게에 자주 놀러왔고 아내에게 ‘오까상(어머니)’이라고 부르며 잘 따랐다”며 “지금도 마에하라의 모친과 아내는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마에하라는 어렸을 적에 부친을 여읜 뒤 생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정치인이 된 뒤에도 가끔 인사하러 찾아왔지만 식사를 하면 밥값을 반드시 계산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38년째 살아온 장씨는 마에하라 외상의 정치단체에 2005년부터 매년 5만엔(약 65만원)씩 4년간 일본 이름으로 기부했다. 
부인 장씨는 6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헌금은 하지 않겠으며 이런 일로 사임 압력을 받게 돼 마음이 괴롭다”고 말했다.

마에하라 외상은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자민당의 니시다 쇼지 참의원 의원의 폭로로 이 문제가 불거진 4일 오후 장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위로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마에하라 외상은 이날 저녁 총리관저에서 간 나오토 총리에게 “(이 문제로) 국정이 정체되도록 할 수는 없다”며 사퇴 의사를 전했다고 마이니치신문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야당의 간 총리 퇴진 요구에 시달려온 민주당 정권은 가장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마에하라 외상이 사임함에 따라 정국 주도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


日 마에하라 외상 사임 후폭풍… 민주 ‘3월 위기’ 현실화하나 



일본의 차기 총리감으로 꼽혀온 마에하라 세이지 외상이 자신이 척결의지를 보여왔던 ‘돈정치’ 문제에 발목이 잡혀 결국 낙마했다. 20%대의 낮은 지지율로 고전해온 간 나오토 정권의 유일한 버팀목이던 마에하라 외상의 퇴진으로 민주당 정권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렸다.

간 총리가 국정운영 능력에 한계를 드러내며 ‘포스트 간’ 논의에 시동이 걸리자 마에하라 외상은 야당인 자민당의 파상공세에 시달려왔다. 지난달 21일 1999년 북한을 방문해 요도호 납치범과 사진을 찍은 사실이 거론됐고 지난 3일에는 탈세와 연루된 기업에서 정치헌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4일 재일 한국인으로부터 정치헌금을 받았다는 폭로가 ‘결정타’가 됐다. 일본 정치자금규정법은 정치인이 외국인이나 외국기업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웃으로 친분을 쌓아온 ‘비정치적’ 관계인 데다 헌금액이 20만엔(약 270만원)의 소액이라는 점에서 동정론이 일기도 했지만 마에하라 외상은 깨끗이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그가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의 정치자금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해온 만큼 폭로전의 배후에 오자와 그룹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교토대 법대를 졸업한 뒤 정치엘리트 양성소로 불리는 마쓰시다 정경숙을 거쳐 정치에 입문한 마에하라 외상은 간 총리의 신임이 두텁고 정권 실세인 센고쿠 요시토 전 관방장관, 에다노 유키오 현 관방장관의 지원을 받아왔다. 외교면에서는 강경보수론을 펴면서 야당의 거부감도 비교적 적어 간 총리 이후 정국의 키를 쥘 유일한 인물로 분류돼왔다. 
지난달 오자와 전 간사장 징계에 불만을 품은 중의원 의원 16명이 ‘회파이탈’을 선언하면서 내분에 휩싸인 민주당 정권은 마에하라 외상의 사임으로 국정운영의 추동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당장 오는 4월의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거나 정권이 붕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정가의 ‘3월 위기설’이 현실화되고 있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