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재난을 당했을 때 당황하면 더 위험해진다는 점을 일본인들은 그간의 숱한 재난 속에서 체득해왔습니다.”
산케이신문 문화부 기자 기타 요시히로(50·사진)는 11일 저녁 도쿄 도심부인 오테마치의 산케이빌딩 내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사상최대의 강진에도 일본인들이 비교적 침착함을 유지하는 까닭을 묻자 이렇게 답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진은 상상이상이었던 것 같다. 그는 “어지간히 지진에 단련돼 있었지만 이번처럼 충격을 받은 적은 없다”며 “자세한 피해규모는 하루 이틀 더 지나봐야 하겠지만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사무실에서 30㎞쯤 떨어진 지바현 후나바시에 거주하는 기타는 “전철이 끊겨서 귀가하기는 틀렸다”며 “문화부 인원 50여명 중에서 40여명 정도는 사무실 소파 등에서 하룻밤을 지샐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정도 지진규모라면 JR전철의 선로를 보수하는 데만 이틀이 걸릴 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내일이라도 돌아갈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기업과 관공서들은 지진에 대비해 비상식량을 비축해두고 있다. 기타도 이날 저녁을 비상식량을 해결했다. 그는 “비상식량이라고 해봐야 건빵 정도지만 근처 편의점이 별로 없고 가게들도 문닫은 곳이 많아 비상식량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무실이 크게 흔들렸지만 최근의 고층빌딩들은 대부분 내진설계가 튼튼해 붕괴될 우려가 없어 회사에 있는 게 안전하다”고도 설명했다.
일본인들의 대응이 비교적 차분한 이유를 묻자 그는 “1995년 한신대지진 때도 약탈이나 강도 등의 혼란은 거의 없었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는 점을 일본인들은 그간의 재해들을 통해 체득해 왔다”고 말했다. 기타는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엔 마침 밥지을 때여서 화재피해가 컸고 그때의 반성으로 지진이 나면 TV에서 반드시 가스를 잠그고, 불을 끄도록 유도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집에 전화를 해보았더니 찬장의 그릇이 깨지고 물건들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맞벌이 부부라 아이들만 있는데 일단 큰 피해는 없는 것 같아 그래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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