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기현 이시노마키에 사는 친구한테 직접 들은 이야기입니다. 외국인절도단이 주유소와 편의점을 약탈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한 페이스북 사용자가 지난 19일 올린 글이다. 이 글엔 “재난복구 때문에 치안력이 부족해 피해를 당해도 속수무책이고 언론에도 전혀 보도되지 않는다”며 “여성이 성적피해를 당하기도 했다”는 내용도 있다. 도호쿠 대지진 피해지역에서 이처럼 근거 없는 유언비어들이 인터넷이나 전화메일 등을 통해 번지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27일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 신문 등에 따르면 미야기현을 비롯한 지진과 쓰나미 피해지역에 수많은 소문들이 떠돌고 있다. 미야기현 센다이시에 자원봉사를 하러 온 남성(35)은 “외국인절도단이 있다거나 강간사건이 발생했다는 소문을 지인과 아내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또 ‘내일 내리는 비에 방사성물질이 섞여 있기 때문에 절대 맞으면 안된다’거나 ‘정부는 혼란을 막고자 아직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는다고 한다’는 소문들도 피난민들을 동요시키고 있다. 인터넷에도 ‘이미 폭동이 발생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야기현 경찰은 지난 25일 센다이시의 대피소를 방문해 전단을 나눠주며 피난민에게 냉정한 대응을 당부했다. TV에서도 최근들어 “뜬소문에 현혹되지 말라”는 내용의 공익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한국 교민사회 일각에서는 1923년 9월1일 간토대지진 직후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유언비어가 조선인 학살로 이어진 전례를 떠올리며 경계심을 표출하고 있다. 도쿄에서 이삿짐센터를 경영하는 김모씨(40)는 “외국인 주재원들이 가족을 오사카 등으로 대피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일본인들의 반응이 좋지 않다고 한다”며 “폐쇄성이 강한 사회여서 뜬소문들이 확산되면 교민들의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아직은 우려할 일이 아니라는 반응이 우세하다. 효고현 고베시 민단 이규섭 부단장(64)은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 때도 이런 소문은 돌지 않았다”면서도 “우려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주일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이번 재난에 대해 한국민들이 보여준 지원과 호의에 고마워하는 여론이 지배적이다”라며 “교민은 물론 유학생이나 주재원들로부터도 이런 우려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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