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9일 뒤인 지난 20일 도쿄전력은 원전 2호기의 전력복원 작업을 완료해 전력공급을 시작했다. 사태수습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희망에 열도가 잠시 안도했지만 이후 작업은 벽에 부딪친 상태다. 게다가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물질인’ 플루토늄까지 검출되면서 일본 정부가 상황통제 능력이 있는지, 관련정보를 은폐하고 있는 건 아닌지 불신이 커지고 있다. 이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항구적 위기’로 가는 것 아니냐는 진단도 나온다.
복구작업 첩첩산중
원전을 안정화시키려면 냉각시스템이 복구돼 냉각수가 원자로내 압력용기와 폐연료봉 저장수조로 유입돼 연료봉을 완전히 잠기도록 해야 한다. 노심의 열을 직접 떨어뜨리는 비상노심냉각계통(ECCS)이 정상 가동된다면 일단 급한 불은 끄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외부전력 공급을 위해 전력케이블을 까는 작업이 고농도 방사성물질이 함유된 ‘물웅덩이’라는 걸림돌로 중단됐다. 사
연료봉 용해를 막기 위해 소방헬기와 소방차를 통해 대량으로 뿌린 물이 연료봉에 오염된 채 누출돼 터빈실 지하 등에 들어찬 것이다. 살수를 중단하면 연료봉이 타버릴 우려가 있고, 물을 계속 뿌리자니 오염이 확산되는 딜레마에 처한 상황이다. 현재 2~4호기의 터널실과 바다를 잇는 배관터널에 고인 물만 1만3000여t에 달한다.
또 2호기는 원자로를 직접 감싸고 있는 압력용기가 파손돼 구멍이 뚫려버린 위험천만의 상황이다. 물을 부어도 줄줄 새 버리는 데다 연료봉은 ‘빈주전자 끓듯’ 고온에 타들어가고 있다. 2호기 주변의 토양에서 플루토늄이 검출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또 어떤 위험물질이 나올지도 불안도 커지고 있다. 지난 24일 작업근로자들이 피폭당한 이후 작업인력 확보에도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일본 정부의 석연찮은 태도
원전사고가 발생한지 20일이 돼 가도록 사태수습의 전망이 보이지 않자 도쿄전력과 일본정부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상황통제 능력과 정보은폐가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도쿄전력은 지난 21, 22일 2호기 주변에서 채취한 흙에서 플루토늄을 검출했으면서 언론의 문제제기가 있기 전까지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연료봉이 녹을 경우 수백종의 물질이 검출되는데도 공개된 방사성물질은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 지르코늄 등 몇가지에 불과하다.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국장은 “노심이 녹았다면 수백종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일본 정부가 국내외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보통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항구적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장 냉각작업에만 1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지적이 일본내에서도 제기된다. 미국 전문가들은 핵연료가 녹아 유출되거나 격납용기의 폭발로 치닫지는 않더라도 방사성 기체가 장기 유출되는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일본이 원자로 폭발을 막기 위해 방사성 물질의 지속적인 유출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국제사회의 불신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일본사회 내부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산케이 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정부는 조기해결이 어렵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정확히 밝히고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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