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8일부터 27일까지 9박10일간 중남미지역 취재를 다녀왔습니다. 무척 긴 여정이었지만 짧은 기간에 3개국(중간 기착지인 LA와 시카고 제외)을 돌려니 실제로 각국별 체류기간은 길지 않아 중남미를 보고 왔노라라는 말을 하기가 쑥쓰러울 정도지만 겉핥기로나마 다녀본 소감을 간단히 옮기겠습니다.
미국행 비행기 타기
18일 인천공항서 KAL비행기를 탔습니다. 테러사태이후 미국행 비행기 타기가 어렵다고 듣긴 했지만 X-레이 통과때 신발을 벗고 실내화를 갈아신으라 소리를 들으니 황당하더군요. 다른 때 같으면 검사대를 통과한뒤 대충하던 몸수색도 두세번에 걸쳐 꼼꼼하게 받았습니다.
미국행 비행기 타려면 3시간전에 공항에 나오라던데...그말이 실감나더군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시카고행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을 탈때는 더 황당했습니다. 티케팅도 하기전에 우리일행(24명)중 3명을 임의로 선정해 짐검사를 했고...티케팅에 앞서 항공사 직원들이 여권과 비행기표를 검사한뒤 짐에 대해 심문을 합니다. "짐을 누가 쌌느냐","혹시 낯선 사람으로부터 부탁받은 짐이 있냐","짐을 계속 들고 다녔느냐","무기처럼 생긴게 있느냐","전자제품은 어떤게 있느냐" 등등...
일행 한사람이 답변을 잘못하니까 나머지 전원이 다 항공사의 자체 검색대로 데려갔습니다. X-레이기로 일일이 짐검사를 한뒤 다시 짐을 끌러보고, 노트북도 열어보라고 하고... 한바탕 절차가 끝난 다음에는 마지막으로 게이트와 비행기 탑승구사이에서 다시 신발을 벗고, 짐검사와 몸수색을 한번 더 받아야 했습니다. 9.11테러사태 이후 엉뚱한 화풀이를 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 않더군요.
사막위의 바벨탑(?)
LA다녀오신분이 많겠지만 전 머리털 나고 첨이라 모든 게 신기했습니다. 18일 인천공항서 오후 3시 비행기로 출발, 다음날 오전 9시50분쯤 도착했습니다.
LA라.. 글쎄 제겐 특별한 인연이 없는 곳입니다. 92년 LA폭동때 한인들이 시련을 겪었다는 정도로 기억하는 곳인데..
생각보다 LA는 큰 도시더군요. 시내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도시고속도로를 타고 공항에서 1시간이상 달려야 본도심이 나오는 곳. 마침 날이 흐리더니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가이드말에 의하면 이곳의 연간 강우량은 5~8인치 정도에 불과하답니다. 비가 반가운 곳인데 그도 그럴 것이 LA는 순전히 사막위에 이뤄진 도시라는 군요.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이 발견되고 노다지 붐이 일었을 때 사람들이 꾀이기 시작해 도시가 이뤄졌는데 물이 없어 6백km
나 떨어진 후버댐에서 지하관을 통해 물을 끌어와 시내 전역에 물을 공급한답니다. LA에서 볼 수 있는 나무나 수풀 하나하나가 모두 지하수로 자란다는군요. 가이드는 이 설명을 하면서 LA에서 미국의 힘을 느낄 수 있다고 그러더군요. 실제 LA의 빌딩들은 모래지반위에서 지어진 것이라 정밀한 공법이 아니면 잦은 지진에 벌써 허물어졌겠죠.
유니버설 스튜디오
공항에서 1시간 못미쳐 떨어진 곳에 유니버설 스튜디오란 곳이 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라는 미국 유수의 영화사가 실제 영화촬영을 하던 곳이라는데 브루스 브라더스가 출연,흥겨운 노래와 춤을 추는 무대, 캐빈 코스트너가 주연한 영화 '워터월드'의 세트장에서 벌이는 영화재연쇼, 영화 '아폴로 13호'의 귀환장이었던 바다세트,'쥐라기공원 세트장' 등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트램이란 관광열차를 타고 세트장주변을 다니며 어떤 영화가 이곳에서 만들어졌는지 등등을 설명해주고 가끔씩 세트장안으로 들어가 공포체험을 맛보기도 한다. 어느곳에선 킹콩이 나타나기도 하고 차옆으로 죠스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튀어오르고...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곳이다.
'터미네이터'를 상영하는 입체영화관은 실제 사람이 무대에서 영화의 한장면을 연기하다 스크린속으로 들어가면 3차원의 영상이 정면에서 좌우 측면으로 걸친 넓은 스크린에서 벌어지는데 다이나믹하다.객석도 흔들거리고 ...
LA의 교통규칙 한가지. LA 자동차 전용도로엔 전용차선이 있는데 2명이상 승차한 차량만 가능하다. 만약 나홀로차량이 전용차선으로 침입할 경우 271달러곱하기 4배의 벌금을 내야 한다. 왜 4배인지에 대해 가이드는 열심히 설명했는데 기억이 잘 안난다.
LA의 기후는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편이다. 습도가 거의 없는 사막기후이기 때문에 낮에도 그늘에 있으면 더운줄 모른다. 언제 가더라도 긴팔옷이 필요하다. 캘리포니아주 는 공공건물 전체가 금연이다. 어느 식당에서 담배를 피울 경우 100달러를 내야 하고 흡연객 주변에 있는 사람이 담배로 피해봤다며 식당을 상대로 손배소를 청구하면 가게문을 닫아야할 정도의 벌금을 물게 된다. 내겐 무서운 곳이다.
코리안 타운
저녁에 한국총영사의 초청으로 코리안타운내 한국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환담을 나눴다. 코리안 타운의 형성과정은 대충 아시겠지만 특히 60~70년대 서독광부로 갔던 한인들이 돈을 벌어 이쪽에 투자를 많이 하면서 규모가 커졌다고 한다.
코리안 타운은 2세들이 주류사회로 진출했다가 뭔가 안맞고 좌절할 경우 코리안타운으로 귀환하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주류사회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생각은 하지 않고 수틀리면 다시 돌아와 안주해 버린다고... 이런 이유들때문에 한인사회의 한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자립도가 악화된다고 한다. IMF때 엄청난 타격을 입은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치 않다고...
반면 일본인들은 관계에 많이 진출한다고 한다.
한인사회는 극우가 많다. 이북5도민회, 해병전우회 등의 세력이 강하고 따라서 DJ정부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은 모양이다. 우리 가이드 함선생도 DJ정부에 대해 "역대 최악의 정부"라고 혹평했다. 글쎄...
이곳에서도 북한에서 열리는 아리랑축전에 일부 조직이 돼 몇차례 방문했던 모양이다. 시민권자들은 바로 갈 수 있고 영주권자들은 방북신고서를 대사관에 제출하면 된다고 한다. 현지 한국언론에 방북기가 많이 소개됐다고...
LA에 30명규모의 친북단체가 있다고...
얼마전 중앙일보가 홍걸씨와 도피중인 최성규총경이 LA에서 골프를 쳤다는 오보를 내 파문이 있었지만 LA한인들의 골프열정은 대단하다고 한다. 인구로는 LA전체의 5%남짓하지만 골프장 이용객의 60%가 한인들이란다.
샌디에이고
LA에서 두시간여 달리면 캘리포니아주의 최남단 도시 샌디에이고에 닿는다. 이곳에서 멕시코 국경까지는 30여분 안팎거리. 샌디에이고에서는 범고래쇼로 유명한 해양공원 씨월드를 관람했다.
샌디에이고는 멕시코와 국경도시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술값이 싼 멕시코로 넘어가 놀다 돌아온다고. 마치 홍콩-심천과 유사하다. 돈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홍콩주민들도 주말을 심천에 가서 즐기는 경우가 많다.
불과 30여분거리지만 멕시코와 샌디에이고는 환경이 천지차이다. 어떤 사람말로는 땅색깔, 풀색깔도 다르다고 한다. 국력차이다. 샌디에이고도 사막기후여서 후버댐에서 물을 끌어다 수목을 인공적으로 키우지만 멕시코는 그럴만한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멕시코 티후아나에 사무실을 둔 한국상사원들도 거처는 샌디에이고에 둔다고 한다.
왕래가 빈번한 국경도시간에 벌어지는 재밌는 현상도 많다. 멕시코는 18세이상이면 술을 살 수 있지만 미국(아마 캘리포니아의 경우인 것 같다)은 21세이하에게는 술을 팔지 않기 때문에 티후아나로 놀러갔다 술먹고 돌아오는 미성년자(21세이하)들이 국경서 음주혐의로 체포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또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넘어오려는 불법월경자들이 미국 당국의 체포를 피해 고속도로로 뛰어드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이때 운전자들이 실수로 이들을 치어 숨지게 해도 사고사실만 신고하면 처벌받지 않는다고 한다.
미-멕시코 국경을 보며 탈북자 문제가 생각났다. 미국은 불법월경 체류한 멕시코인들을 멕시코로 돌려보내면서 한사람당 5000달러씩 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한다. 한국의 김창준상원의원이 발의한 법안인데 이유인 즉슨 멕시코인 1명이 불법체류할 경우 미국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1년에 25000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그것도 이익이라고 한다. 어떤 계산법인지는 모르겠지만...미국은 절대 멕시코인을 난민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중국도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발견되면 북한으로 송환한다. 물론 북한은 인권이 무시되는 사회주의 국가고 송환된 탈북자들을 처벌하기 때문에 똑같이 놓고 비교할 수 없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지만, 북한도 요즘은 탈북자들을 거의 처벌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