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탈원전' 용두사미 되나

서의동 2011. 8. 22. 20:50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계기로 추진해온 ‘탈원전’ 방침이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는 29일 민주당 대표경선이 치러질 예정인 가운데 출마후보자 대부분이 ‘탈원전’ 속도조절을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선판도를 좌우할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 등 당 실세들이 원전추진파인 점도 ‘탈원전’ 목소리가 잦아들게 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은 지난 18일 지바시에서 열린 강연에서 정기검사로 가동을 멈춘 원전에 대해 “재가동할 수 있는 것은 반드시 재가동시켜 전력부족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다 재무상은 탈원전을 서두르면 전력부족이 심각해져 경제성장과 국민생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에 속한다. 도쿄신문은 “간 총리는 원전에 의존해온 에너지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자는 입장인 반면 노다 재무상의 입장은 ‘부분개축’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규슈 겐카이(玄海)원전 재가동을 둘러싸고 간 총리와 마찰을 빚은 바 있는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경제산업상도 “‘탈원전’이 독단적으로 추진되는 것은 위험하다”며 간 총리와 선을 긋고 있다. 출마 여부를 저울질 중인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전 외상도 “급격한 탈원전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마부치 스미오(馬淵澄夫) 전 국토교통상, 오자와 사키히토(小澤銳仁) 전 환경상 등 다른 후보들도 정도 차이는 있지만 엇비슷한 입장이다.
 
당내 실력자인 오자와 전 간사장과 하토야마 전 총리가 대표선거에서 공조하기로 한 것도 후보들의 원전정책 보수화를 유도하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만나 간 총리와 정책 노선을 같이하는 인사를 지원대상에서 배제키로 합의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한마디로 탈원전 노선의 후보를 배제하겠다는 뜻이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150명, 하토야마 전 총리는 60명 정도의 지지 의원그룹을 둔 민주당의 실세여서 이들의 눈 밖에서 벗어나면 당선은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노다 재무상을 비롯해 야당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후보들이 많은 만큼 차기 정권 하에서 여야 갈등요인인 ‘탈원전’ 정책이 뒤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도쿄신문은 “어떤 후보가 총리가 되든 ‘탈원전’ 정책은 감속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