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농담한마디 주고받지 않은 미일 정상회담

서의동 2011. 9. 24. 17:15
“대통령은 회담내내 조크 한마디 없이 현안을 일일이 거론하며 성의를 보일 것을 촉구했다.”(노다 총리 측근)
 

경향신문DB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간의 첫 상견례는 시종 냉랭했다. 21일 뉴욕에서 35분간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두 정상은 웃으며 악수를 나눴지만 기자단이 회담장을 빠져나간 뒤 분위기는 일순 싸늘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노다 총리로서는 한방 먹은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주일미군) 후텐마 기지이전 문제는 결과를 도출할 때가 됐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미·일동맹 강화를 위한) 전략적인 현안이다”라며 노다 총리를 압박했다. 정상간의 상견례치고는 이례적으로 경직된 분위기여서 일본 정부는 긴장했다.
 
지난 20일 밤 뉴욕에 도착한 총리는 다른 일정을 잡지 않은 채 호텔방에서 측근들과 ‘벤쿄카이’(勉强會·공부모임)을 하며 정상회담 준비에 몰두했다. 상견례 자리인 만큼 자신의 별명인 ‘미꾸라지’ 이야기가 화제에 오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될 것으로 기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보기좋게 빗나갔다. 
 
오바마가 노다 총리를 몰아세운 것은 일본이 양국현안에 행동없이 말만 앞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후텐마 기지는 오키나와 나고(名護)시로 이전하기로 지난해 5월 양국이 합의했지만 오키나와 현의 반발로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기지이전 문제는 미국의 국방비 감축과도 직결되는 사안이어서 관심이 크다. 미국은 또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TPP에 참여를 요청했지만 일본은 확답을 미루고 있다.
 
미국은 1년마다 총리가 갈리는 일본의 정치불안에 대해 불만이 크다. 오바마에게 노다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 나오토(菅直人)에 이어 4번째 총리다. 오바마로서는 언제 바뀔지 모르는 파트너와 차분하게 현안을 풀어갈 여유가 없는 셈이다.
 
아사히신문은 “경기침체로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경제면에서 일본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고, 이에 따라 일본에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