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반핵여론 커질라'..오바마 히로시마 방문 막은 일본정부

서의동 2011. 9. 28. 17:26
일본 정부가 반핵여론의 고양을 우려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히로시마(廣島) 방문을 거부했다고 일본언론들이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문서를 인용해 27일 보도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2009년 11월의 첫 일본 방문에 앞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원자폭탄을 투하해 수십만명이 희생된 야마구치(山口)현 히로시마시를 방문하겠다는 뜻을 일본 정부에 전했다. 하지만 야부나카 미토지(藪中三十二) 당시 외무성 사무차관이 같은 해 8월28일 존 루스 주일 미대사를 만나 사죄목적의 방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전하고, 사죄목적이 아닌 방문에 대해서도 “시기상조”라며 사실상 거부했다. 
 
주일 미 대사관이 그해 9월3일자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 보낸 비밀전문에 따르면 야부나카 사무차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과 관련해 반핵그룹내에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미·일 정부는 이런 기대감을 억제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 오바마의 방문이 반핵운동에 탄력을 부여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바마는 그해 4월 체코 방문 중 프라하성 인근 광장에서 대중연설을 갖고 “핵확산을 막기 위해 전 세계가 단결해야 한다”며 ‘핵무기 없는 세상’을 이뤄나가자고 천명한 바 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長岐) 등 피폭지역에서는 오바마의 방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일본 정부는 당시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대해 겉으로는 “미국 정부가 판단할 일”이라는 공식 입장을 보였지만 물밑에서는 이처럼 저지작업을 벌여온 것이다. 
 
위키리크스 전문내용에 대해 야부나카 전 차관은 “부정한 방법에 의해 공개된 문서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