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본생활 주의점-2

서의동 2011. 10. 3. 14:54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가볍게 읽어주세요)

공공장소에서 애정표현은 삼가
 
아주 드문 예로, 고탄다에서 우리집으로 가는 도큐이케가미선 전철에서 키스를 하는 커플을 본적이 있다. 물론 그 커플을 흘끔흘끔은 물론 얼굴조차 보지 않았다. 하지만 12시가 넘은 막차에서 둘이서 신나게 떠들다가, 잠시 말이 끊기며 약간 이상한 음향(아마 입술 부딪히는 소리인 것으로 추정)이 나는 상황이 10분도 넘게 지속됐다.
 두 사람은 술을 먹었겠지만 그리 많이 마시지는 않은 듯, 목소리도 혀가 감기거나 하지 않고 멀쩡했다. 그 커플을 차마 쳐다볼 용기는 없었고, 그 커플 주변에 서있는 승객들을 살짝, 힐끔 봤는데 모두 벌레씹은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물론 아무도 그 커플에게 시비를 거는 이는 없었다.)

이런 경우는 단언컨대 평균적인 일본인이 평생 한두번 정도 겪을 진풍경임에 틀림없다. 일본의 젊은 커플들이 손잡고 다니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다. 손잡는 이상의 애정표현은 거의 본적이 없다. 연인들끼리 뿐 아니라 부모자식간, 예를 들어 엄마 아빠가 2~3살짜리 아이를 끌어안고 뽀뽀하고 등의 장면을 전철은 물론 길거리에서도 보기 어렵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 사회가 패닉이 빠졌을 무렵, TV에서는 방송광고협의회 정도에 해당하는 기구에서 내보내는 공익성 광고가 많았다. 그 광고중에 하나는 부모가 아이를 안아주고 사랑해주자는 내용의 광고였다. 4~5살쯤 되는 사내아이가 아빠랑 같이 가면서 아빠의 손등을 툭툭친다.(손을 잡아달라는 신호다) 그런 다음에 아빠가 손을 내밀어 손을 잡는다. 

이 광고의 카피는 잘 생각나지 않지만, 대략 부모가 자식에 대해 애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자는 내용인 것으로 기억한다. 광고를 보고 속으로 "한국에서는 도저히 만들 이유가 없는 공익광고"라고 생각했다. 반면, 자식에 대한 폭력이나 학대가 흔치 않게 일어나는 일본에서는 이런 광고가 필요할 것 같다. DV(Domestic Violence)로 불리는 가정폭력은 일본에서 꽤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한지 오래다.



DV가 횡행하는 이유는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안에서 풀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엄한 규제와 규칙, 공중질서를 잘 지켜야 하는 부담감이 늘 쌓여 해소되지 않고 있다가 집안에서 아이들에게 풀어버리는 것이다. 갓난아이가 운다고 아빠가 이불로 눌러 질식사시킨 사례가 최근에도 등장했다.(아내가 가출했던 상태인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심화되는 격차사회, 선진국이라고 보기에는 믿기 힘들 정도 열악한 복지수준하에서 장래에 대한 불안감을 껴안고 살아가는 일본인들은 누구나 이런 DV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