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리의 직접취재 허용 하루 2회(하토야마)→1회(간)→0회(노다). 일본 민주당에서 세번째로 집권한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언론취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며 일본 언론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노다 총리는 28일 국회에서 언론의 ‘즉석회견’를 재개할 것인지 질문을 받고 “시간을 갖고 정중하게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을 될 수 있으면 자주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며 즉석회견 대신 정례 기자회견을 강화할 생각을 비쳤다. 총리관저의 로비나 마당에 선 채 출입기자 질문에 답변하는 ‘부라사가리(ぶらさがり·즉석 회견)’ 형태의 취재에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요것이 부라사가리라고 하는 즉석회견
언론취재에 우호적이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가 실언을 반복하면서 지지율 하락으로 퇴진했고, 이 바람에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도 언론을 기피하는 등 민주당 역대 총리의 대언론 관계가 순탄치 않았던 것과 무관치 않다.
사실 일본 역대총리 중 순발력이 강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淳一郞) 총리 외에는 부라사가리를 통해 재미를 본 총리가 전무하다. 사정을 잘 아는 하토야마 전 총리도 28일 기자들에게 “즉석 취재에 약해 별로 하고 싶지 않았지만 매일 취재에 답변했고, 그 바람에 사임하게 됐다”며 노다 총리를 편들고 나섰다.
민주당 정권 첫 총리였던 하토야마는 부라사가리를 매일 오전과 오후 두차례 실시했다. 취재기자를 깔보듯 하던 전임 자민당 정부의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와 달리 정중한 언론 매너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 문제 등 주요정책에서 자주 말을 바꾸며 정권의 신뢰를 잃었다.
하토야마는 지난해 2월 멕시코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회견에서 양국이 미국 의존에서 탈피하자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는 취지로 설명했으나 칼데론 대통령의 발언취지와 다른 것으로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앞서 2009년 12월에는 후텐마 기지 이전문제와 관련해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만난 뒤 “(클린턴 장관이 일본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했다가 “사실관계가 다르다”며 미국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런 말실수가 정권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면서 하토야마는 9개월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그의 뒤를 이은 간 총리는 부라사가리를 하루 1회로 줄였고, 그 마저 거의 응하지 않다가 3·11 동일본대지진이후에는 아예 부라사가리를 중단했다. 그는 대신 블로그를 열어 ‘대국민 직접 소통’에 나서기도 했으나 이런 태도가 오히려 언론을 자극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하토야마와 간의 언론관계가 순탄치 않았던 것은 민주당의 국정경험 부족이 원인의 하나로 지목된다. 하지만 보수성향이 강한 일본 언론들이 민주당 정권에 대해 ‘말사냥’(고토바가리·言葉狩り)을 강화했던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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