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서울과 도쿄의 '거리경쟁력' 비교

서의동 2011. 10. 11. 17:50
8개월만에 서울에 잠시 다녀왔다. 오세훈 시장이 '디자인 서울'을 그렇게 외치며 돈을 쏟아부었건만 서울거리는 여전히 지저분했다. 깔끔면에서는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도쿄에서 8개월 가까이 지내느라 눈이 어떻게 됐는지 모르지만, 서울은 여전히 도쿄의 한수 아래였다. 한수아래일 뿐만 아니라, 지금 상태로라면 그 한수 차이가 영원히 이어질 거 같았다.
 관광경쟁력의 측면에서 서울과 도쿄간에 차이가 뭔지 잠시 생각해 봤다. 

도쿄시내 거리. 보도도 아스팔트로 포장돼 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공존하는 도쿄, 그렇지 않은 서울 

잘 아는 이야기지만 서울에선 아무데서나 흡연할 수 있다. 나도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지만, 김포공항 입국장 바깥으로 나와보니 많은 이들이 밖에 서서 담배를 피워댔다. 1층 건물 외곽에 흡연실을 설치해 뒀지만 그곳에 들어가서 피우는 이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도쿄 하네다 공항은 흡연실이 꽤 많은 편이다. 일본은 분연(分煙)이란 개념이 정립돼 있다. 담배냄새를 맡지 않을 권리와 담배를 피울 권리를 동등하게 보장하자는 취지다. 도쿄 지요다구 같은 도심에서는 아예 노상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지만 큰 빌딩에는 거의 어김없이 흡연실이 설치돼 있다. (도쿄도내에 어느 건물에, 아니면 어느 지역에 흡연소가 있는지를 표기해둔 책자를 팔 정도다).

노상흡연을 규제하지 않는 지역이라도 걸어다니면서 담배를 피우는 행위는 대부분 금지하는 대신, 역 주변에 거의 대부분 흡연장소를 설치해두고 있다. 

서울 어느 거리의 모습



반면 서울은 흡연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그냥 사람들이 거리에서 담배를 피워물고 걸어다니고 담배꽁초도 아무데나 버린다. 식당에서도 요즘은 대부분 담배를 못피우게 한다. 그러다보니 흡연자들이 거리로 나서서 흡연할 수 밖에 없다. 반면 일본은 커피숍이나 식당에서 금연, 흡연구역을 갈라놓는다. 흡연할 수 있는 공간에는 환풍기가 설치돼 있다. 분연체제가 확실하게 정립돼 있어 흡연자도 비흡연자도 공존가능하다. 

왜 서울시는 흡연공간을 만들지 않는 것일까? 거리 곳곳에 흡연공간을 설치하는 대신 보행흡연은 규제하는 방식으로 하면 흡연자나 비흡연자 서로가 좋을 것인데. 흡연공간을 설치하면 청소및 관리인력도 고용할 수 있어 고용창출 효과도 생길텐데. 디자인 서울한다고 수천억씩 쓸 돈의 일부만 돌렸더라도 해소됐을 문제 아닐까.
 
쓰레기 분리수거에 철저한 일본, 그렇지 않은 한국 

광화문에 오랫만에 나들이를 했다. 광화문우체국 쪽에 맞은편쪽의 교보문고 부근에 쓰레기통이 있는데(절구통처럼 생긴 것이라 본디 쓰레기통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 주변에서 사람들이 앉거나 서서 담배를 피웠다. 이 쓰레기통에는 담배꽁초 뿐 아니라 각종 종이 인쇄물, 플라스틱으로 된 테이크아웃 커피잔, 음료수캔이나 페트병 등이 뒤섞여 있다.

일본에서는 이런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다. 거의 모든 쓰레기통에는 캔과 페트병, 타는 쓰레기가 따로 분리돼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통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일도 없다.(앞서 이야기했듯이 흡연은 재털이가 설치된 흡연소에서만 가능하다)

사실 이 문제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서울시내의 편의점에서는 (아마도) 분리수거함이 있을 것인데 그런 분리수거 방식의 휴지통을 거리곳곳에 설치하면 해결된다. 그러면 자연히 그 관리를 전담하는 인력이 필요할 것이고, 이 역시 고용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예산문제는 아까 언급했기 때문에 생략)

보도에 차라리 아스팔트를 깔자  

일본은 도로외에 사람이 지나다니는 인도에도 대부분 아스팔트를 깔아놨다. (물론 큰 건물 바로앞에는 별도의 보도블록이 설치돼 있지만) 인도에 아스팔트를 깔면 두가지 좋은 점이 있다. 일단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가 편해진다. 또 검은색 아스팔트인 만큼 더러워져도 표시가 잘 나지 않고, 보도블록에 비해 오래간다. 돌을 까는 것보다 비용도 싸게 먹힌다. 

반면 한국은 대개의 인도가 보도블록이다. 그것도 규격이 통일되지 않고 제각각이다. 신축건물이 들어서면 그 앞 보도도 비싼 돌이 깔린다. 때만 되면 불용예산을 없애기 위해 각 구청들이 보도블록 교체공사를 벌인다.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다. 빗물이 잘 투과가 안될 것이라는 걱정이 있지만 그건 기본적으로 하수도 관리의 문제다. 허연색의 보도블록위에 담배꽁초를 버리거나 담배를 비벼 끄다보니 보도블록이 금새 더러워진다. 차라리 검은색 아스팔트라면 별 표시가 안날 것 같은데.  

일본은 가히 자전거 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자전거 통행이 자유스럽다. 인도건 차도건 대부분 무사통과다.(법령이 어떻게 돼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도 4대강 주변에 자전거도로를 만들 것이 아니라, 서울시내 도심에서 자전거로 출퇴근하기 좋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차라리 인도에 아스팔트를 깔아 자전거들과 행인들이 함께 다닐 수 있도록 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 

아침밥 주는 비지니스 호텔이 있는 일본, 없는 한국 

특파원으로 오기전에 가끔씩 일본에 출장을 올 경우, 대개 1만엔이 못되는 비지니스 호텔에 묵었다. 일본 비지니스 호텔은 방이 비좁고 화장실도 책 조차 보기 힘들 정도로 좁지만, 식당이 버젓이 있고, 아침밥도 나름 먹을만 하다. 타국 여행자들에게 현지에서 먹는 따뜻한 아침밥 만큼 든든한 존재도 없다. 

하지만 한국의 숙박사정은 좋지 않다. 특급호텔 아니면 러브호텔, 여관이다. 특급호텔은 아침도 주지만 비싸다. 중간가격인 10만원 안팎에서 아침을 먹을 수 있는 비지니스급 호텔은 거의 없다. 최근 한국에 여행을 다녀온 일본 지인은 명동부근에 새로 지은 호텔에 머물렀지만 아침식사는 제공되지 않아 근처 식당에서 해결했다고 한다.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것이 채산성이 낮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일본에서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도요코인 같은 호텔체인들이 있어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하지만 한국이라고 해서 못할 이유도 없을 것 같다. 

한국최고의 열차지만 외관은 지저분 

KTX를 타고 고향인 대전에 잠시 다녀왔다. KTX의 외관은 잘 닦지 않은 듯, 새차인데도 불구하고 지저분했다. 뭐가 묻었는지 곳곳에 얼룩이 보였다. 반면 신간센의 외관은 항상 깨끗하다. 막 세수하고 나온 얼굴을 보는 것 같다. 차량을 관리할 때 성능은 물론 외모까지 신경을 쓰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일까 막연히 생각됐다.(더 복잡한 사정은 잘 모르겠다) 같은 생산성이라고 한다면 일본이 공공부문에서(물론 JR은 민영화됐지만) 인력을 더 쓰는 차이가 아닐지 궁금하다. 

제복이 지나치게 많은 일본, 너무 없는 한국 

김포공항에 도착한 뒤 택시를 탔다. 택시 승강장쪽에 가니 사복차림의 택시기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며 잡담을 하고 있다가 손님이 오자 저 앞쪽으로 가라고 일러준다. 맨앞에 정차해있는 택시를 탔더니 차안에서 담배냄새가 났다. (금연스티커가 붙어 있는 차량인데도) 택시기사가 사복차림이라는 점도 일본과 다르다. 
업무중에 제복을 입든 사복을 입든 크게 상관할 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그걸로 끝이겠지만 접객을 하는 서비스업 종사자가 제복을 입고 있을 경우 서비스를 받는 이가 좀더 안심할 수 있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나만의 생각일지 모르겠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도 자기 일에 좀더 책임감이 생기지 않을까? 이것 역시 나만의 생각일지 모르겠다. 

나는 두 도시의 차이가 결코 극복할 수 없는 차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서울시 행정이 다른 곳에 돈낭비를 하지 않고 이 부분에 집중하면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물론 시민의식 향상도 필요할 것이지만 일단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몇년 안돼 사람들의 의식도 바뀔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