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 7일 미국 워싱턴에서 미·일관계를 주제로 열린 강연회에서 “미국 내 일본인 유학생의 감소현상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1997년에는 미국에서 유학 중인 외국학생 중 일본인이 가장 많았지만 지금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고 지적하면서 “일본 유학생 증가를 위해 양국 정부가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일본 사회의 ‘우치무키(內向き)’현상의 대표사례인 해외유학생 감소를 두고 외국의 장관까지 나서 걱정하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내향화’ 번역될 수 있는 우치무키는 일본 젊은이들이 해외근무나 유학을 기피하는 등 도전의식이 갈수록 희박해지는 것을 우려하는 취지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장기침체와 정치불안, 국제사회에서의 위상하락 등으로 갈수록 ‘소심화’되는 일본 사회를 가리키는 용어로도 폭을 넓히고 있다.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일본 사회 내에서 ‘우물안 개구리’ 현상을 벗어나자는 목소리가 활발해졌고, 일본 정부도 우치무키 탈피에 힘을 쏟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자료를 보면 해외에 유학하는 일본 학생은 2004년 8만2945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감소하기 시작해 2008년에는 6만6833명으로 떨어졌다. 학생들이 유학을 기피하는 것은 경기침체에 따른 경제적 부담도 있지만 취직활동 시기가 대학 2~3학년으로 앞당겨지면서 유학을 갔다가 취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과 달리 유학이 취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정도 있다.
우치무키 현상은 내수시장이 비교적 탄탄해 기업들이 해외진출에 매달리지 않고도 견딜 수 있는 일본경제의 특수성과도 관련이 있다. 일본 기업들이 자국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해외진출에는 관심을 잃어버린 ‘파라다이스 쇄국’ 현상이나, 특정 기술이 독자적으로 진화하면서 세계 추세와 동떨어지게 된 ‘갈라파고스화’ 현상도 이런 배경하에서 등장했다.
젊은이들의 유학기피 현상에 일본 사회는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이 국내에만 갇혀 있을 경우 사고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경쟁력도 낮아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글로벌 패션기업인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회장은 최근 ‘젊은이들이여 일본을 떠나라’라는 격문에 가까운 기고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실었다. 야나이 회장은 “일본의 가장 큰 문제는 보수적이고 겁이 많은 점, 안정과 안심, 안전을 추구하는 경향이 지나치다는 점”이라며 “세계는 계속 변화하고 있고 다른 나라는 그에 맞춰 성장하고 있는데 일본만이 과거의 행동패턴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나이 게이코(金井啓子) 긴키대학 교수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쓴 칼럼에서 “젊은이들의 해외진출이 줄어들게 되면 향후 일본을 지탱해갈 이들의 생각이나 행동방식에서 다양성이 상실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출범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내각은 ‘탈 우치무키’를 국정의 주요 키워드로 삼고 있다. 아프리카 남수단에 유엔평화유지군(PKO) 공병부대를 파견하는 방안도 외교분야의 내향화를 탈피하려는 움직임이다. 마이치니신문은 PKO파병에 대해 “동일본대지진 부흥문제 등 내정 과제로 내향화되기 쉬운 노다 정권에게 국제공헌을 호소할 수 있는 드문 기회”라고 분석했다.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상은 최근 도쿄시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동일본대지진 당시 세계가 보내준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도 일본이 ‘내향화’로부터 탈피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나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문부과학성은 유학을 적극 지원하는 대학에 줄 100억엔(약 153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를 계기로 수십년간 쌓여온 우치무키 현상이 하루아침에 바뀔리는 만무하다. 특히 급격한 경제질서 변화를 수반하는 TPP에 대해서는 논란이 거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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