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인터뷰] 아마미야 카린 "2012년에 변혁의 기운 높아질 것"

서의동 2012. 1. 3. 16:04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 일본의 모순과 문제가 부각됐고, 이에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등장했습니다. 2012년은 이에 대한 해법을 찾는 일이 이뤄질 것이고, 이런 점에서 변혁의 기운이 높아지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by 서의동


일본의 작가겸 사회운동가 아마미야 카린(36·여·사진)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권력에 순종해왔던 일본인들이 원전사고를 계기로 권력을 의심하게 됐고, 모순해결을 위해 스스로 나설 수 밖에 없다는 ‘당사자 의식’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해 12월29일 도쿄 중심가에서 다소 떨어진 고엔지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아마미야는 “1960~70대 학생운동이 과격한 방향으로 흐르면서 이후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거나 데모를 하는 것을 금기처럼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고착됐지만 원전사고를 계기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정부의 대응에 불신이 커지면서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앞날이 없겠구나’라는 위기감도 커졌다”면서 “원전정책을 국민투표로 정해야 한다거나 총리를 선거를 통해 뽑자는 ‘직접 민주주의’ 의식이 강해진 것도 이런 위기감의 표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에서는 ‘반원전’ 시위가 빈발했다. 9월 도쿄시내에서 6만명이 모인 대규모 집회를 비롯해 수만명씩 모인 집회와 시위가 전례없이 전개됐다. 이전까지는 2008년 메이데이 시위 당시 1000명이 모인 정도가 최대규모였다. 사람들이 처음으로 집회와 시위에 참가하는 ‘데모데뷰’가 늘어났으며 여고생이나 가정주부 등 평범한 시민들이 시위의 주최자가 돼 인터넷을 통해 집회 참가자를 모으는 현상도 두드러졌다.  
 
“올초 ‘아랍의 봄’을 접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봅니다. ‘정말 이렇게 해서 바뀔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 것이죠. 반원전 시위가 트위터를 통해서도 많이 확산됐는데 자금과 배경이 없어도 인터넷을 이용해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도 시위가 폭발적으로 확산된 계기로 보입니다.”
 
아마미야는 다만 이런 의식의 고양이 자칫 우익 포퓰리즘의 기반을 강화하는 엉뚱한 결과로 치달을 가능성도 우려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11월 오사카 시장 선거에서 하시모토 도루(橋下徹)가 압승한 현상을 거론했다.  
 
“공무원 등 기득권층을 적으로 만들어 공격하는 하시모토의 정치방식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긴 하지만 이런 것이 먹혀드는 시대 분위기인 것도 현실입니다. 일본 사회에서 관료들에 대한 불신이 강한 워낙 강하니까 그만큼 혁명적으로 비쳐지기도 합니다. 그가 ‘탈원전’을 지지하고 있지만 실제로 권력을 쥐게 된 뒤에도 그럴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떤 철학이나 신념에서 행동하기 보다는 시대의 공기를 정확하게 읽어내고 행동하는 것으로 보여 경계할 필요는 있습니다.” 
 
아마미야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정부의 대응에 대해 “사고후 얼마 안돼 원전의 멜트다운(노심용융)이 일어났는데도 괜찮다고만 한 것이나, 방사능오염확산예측 시스템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피난주민들을 고방사능 지역으로 피난가게 하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낳았다”면서 “정부가 ‘국민은 패닉에 빠지기 쉬운 바보니까 진실을 말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사고방식으로 대처하면서 문제를 키웠고, 불신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홋카이도(北海道) 출신인 아마미야는 이번 연말연시를 도쿄시내 관청가인 가스미가세키(霞が關)에서 보냈다. 반원전 시민단체들이 경제산업성 앞에 설치한 텐트 농성장에서 열리는 ‘반원전 해넘이 점거’ 이벤트에 참가해 인터넷 방송으로 생중계되는 토크쇼에도 출연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12월16일 원전사고 수습을 선언했습니다. ‘이미 사고가 해결됐다’는 식의 분위기로 몰아가려는 움직임인데 현실을 생각하면 말이 되지 않습니다. 원전이 전부 멈출 때까지 집회와 서명운동, 이벤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아마미야 가린은 한때 극우파 밴드활동을 해오다 좌파로 전향한 이후 자신의 프리터 경험 등을 바탕으로 청년 비정규직을 대변하는 사회운동와 저작활동을 해오고 있다. 사회단체 ‘반빈곤네트워크’ 부대표와 진보계열 주간지 <주간금요일> 편집위원을 맡고 있으며 2008년 한국방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성난 서울>을 출간해 한국에도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