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2002년 방북당시 협상실무를 맡았던 다나카 히토시(田中均·64) 일본 총합연구소 국제전략연구소 이사장은 “최근들어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나라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 특히 이명박 정권”이라며 “새로운 전기를 맞아 미·북, 일·북 등 양자 교섭이 중요해지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남북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나카 이사장은 지난 22일 도쿄 아카사카의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일본이) 북한과 교섭하던 2002년 무렵과 달리 지금은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고 있고, 그래서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을 실제로 공격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런 의미에서 보면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나라는 한국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북관계가 풀리지 않으면 미국과의 교섭도 진전을 보기 어렵다는 점을 북한도 의식하고 있지만 한국이 북한에 대해 사과없이는 관계개선이 어렵다는 강경태도를 보여왔던 점을 지적한 것이다.
다나카 이사장은 “적어도 올해들어 북한의 행동은 대화를 바라는 것이었다”면서 “6자 협의로 직접 갈 경우 돌파구가 생기지 않는 만큼 6자회담의 틀은 유지하되 남·북, 미·북, 일·북 등 양국간 교섭이 먼저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그중에서도 당사자격인 남북간의 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나카 이사장은 “남북관계를 핵문제와 별개로 떼어놓고 진전시키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와 핵문제를 포괄적으로 접근한 것은 옳은 판단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만, 동시에 미국, 일본과 연계를 하면서 진행하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일·미·한이 역할분담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란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 체제와의 교섭과 관련해서 “북한은 특이한 나라인 만큼 외교당국간 협의도 중요하지만 수뇌부에 직접 연결되는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며 “일본 정부도 새로운 북한체제를 관찰하면서 북한과의 파이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나카 이사장은 김정일 위원장 사후에도 북·미간 대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는 것에 대해 “북한이 미국과 교섭하는 것은 이전부터의 방침이므로 그대로 갈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후계자인 김정은이 우라늄 농축중지라는 알맹이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인가가 포인트”라고 관측했다.
그는 김정은 부위원장 체제의 안착여부에 대해서도 “권위를 확립하는데 시간도 걸릴 것이고, 반대세력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며 “군이 결속을 유지할 것인가. 군 내부에서 불만이 제기될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다나카 이사장은 ‘김정은 체제’가 개혁·개방 노선으로 전환하는 데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북한이 개혁·개방 노선을 취하지 않으면 붕괴할 수도 있으며 이는 중국의 이익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면서 “중국이 북한에 개혁·개방과 국제사회로의 편입을 강하게 요구하도록 한·미·일이 중국에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김정은의 권위는 개혁·개방노선으로의 정책전환을 통해 얻어지는 실적에 의해 확립될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 중국이 대북지원을 지렛대로 활용해 정책전환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는 25~26일로 예정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의 방중이 이런 점에서 좋은 타이밍이다. 후진타오 주석에게 이런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에서 중국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다.
2002년 고이즈미 전 총리와 김정일 위원장간 정상회담의 실무를 책임졌던 다나카 이사장은 김 위원장에 대해 “매우 신중하고 자기 신변에 신경을 쓰는구나하고 생각했다” “주의깊고 신중한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 정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고이즈미 대북특사론에 대해 “고이즈미 전 총리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고 그럴 스타일도 아니다”라면서 “북한과의 교섭은 일본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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