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포들이 여권이 없으면 투표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선거법은 평등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법률입니다.”
일본에 거주하는 우리 동포들이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처음 적용되는 재외국민 선거와 관련해 여권을 가져가야만 투표할 수 있도록 한 현행 공직선거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내기로 했다.
이번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 와세다대학 아시아연구기구 강종헌 객원교수(60)는 8일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다른 교포 11명과 함께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며 “헌법재판소에 공직선거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도 제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기각될 경우 헌법소원을 낼 계획이다.
재일 한국인으로 교토에서 한국문제연구소를 운영하는 강 교수는 투표에 참여하고 싶어도 여권이 없다는 이유로 투표권을 부여받지 못하는 동포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고 소개했다.
그는 “재일동포들 중 상당수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국적을 ‘조선’에서 ‘한국’으로 바꿨다”며 “국적을 바꾸더라도 당장 해외로 나갈 일이 없을 경우 여권을 만들지 않는 게 보통이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나이가 많은 분들은 국적을 얻더라도 한국 여권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여권이 없다는 이유로 투표를 못하는 처지에 몰리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투표 시 여권 지참’ 규정은 지난해 9월 공직선거법 개정 과정에서 포함됐다. ‘조선총련이나 반정부 성향의 교민들이 선거 개입을 할 우려가 있다’는 보수층의 문제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 국적을 취득하더라도 여권발급 과정에서 걸러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규정으로 애꿎은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오래전에 국적을 바꿨으나 당장 필요가 없어 여권을 만들지 않은 이들이 선거에 참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강 교수는 “최근에는 여권을 신청해도 발급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에 정부 비판활동을 해온 동포들에게는 여권발급 과정에서 각서를 쓰도록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사상검증이나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국에서는 야당을 지지한다고 투표를 못하는 일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강 소장은 이날 오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방문해 현행 재외선거인 등록제도 대신 정부가 직권으로 재외국민등록자를 선거인 명부에 올리는 ‘직권명부제’ 도입을 촉구했다. 4월 총선의 재외국민 선거등록은 11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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