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쓰나미 대피 외치던 "천사의 목소리" 일본 학교 교재에 실린다

서의동 2012. 1. 28. 16:50
“10m 높이의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옵니다. 마을 주민들은 어서 고지대로 피하세요.” 

지난해 3월11일 규모 9의 초대형 지진이 강타한 동일본 대지진 직후 일본 미야기(宮城)현 미나미산리쿠초(南三陸町). 젊은 여성의 다급한 외침이 마을 전체에 울려 퍼졌다.
 



오후 3시15분, 쉴 새 없이 반복되던 안내방송이 갑자기 끊겼고, 시커먼 바닷물이 시가지를 삼켰다. 방재대책청사 건물에서 최후까지 마이크를 쥐고 대피방송을 하던 미나미산리쿠초 직원 엔도 미키(遠藤未希·당시 24세·사진). 이곳 주민들은 확성기를 통해 전해지던 그의 음성을 ‘천사의 목소리’로 부른다. 

절체절명의 순간까지 몸을 돌보지 않고 주민을 구하려다 희생된 일본 공무원 엔도의 이야기가 교재로 만들어져 학생들이 그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배우게 된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27일 사이타마(埼玉)현이 현내 공립학교에서 오는 4월 신학기부터 배우게 될 도덕교과서 부교재에 엔도의 사연을 싣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도덕교과서 부교재는 사이타마현이 자체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현내 1250개 초·중·고교에서 사용된다. 사이타마현 관계자는 “엔도의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회에 공헌하려는 마음을 학생들에게 전하기 위해 교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엔도의 이야기는 ‘천사의 목소리’라는 제목으로 실렸으며 엔도가 쓰나미가 덮치던 순간까지 대피방송을 하는 장면, 안내방송을 듣고 피난해 목숨을 건진 주민들의 증언과 장례식 광경이 담겨 있다. 

‘오후 3시15분. 3층 옥상에서 “쓰나미가 몰려온다”는 외침이 들렸다. 엔도는 두 손으로 마이크를 꽉 잡고 필사적으로 방송했다. “엄청난 쓰나미가 오고 있습니다. 빨리, 빨리, 빨리 고지대로 대피하세요. 빨리 대피하세요.” 침착하던 목소리가 절규로 변해 있었다.

‘쿠우웅’ 시커먼 바닷물이 섬뜩한 소리를 내면서 방파제를 타 넘은 뒤 마을을 닥치는 대로 집어삼켰다. 청사 건물에 있던 직원 30여명 중 10명만 살아남았다. 생존자 중 엔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미나미산리쿠초는 주민 1만7700명 중 절반이 넘는 인명이 희생됐다. 엔도는 쓰나미에 휩쓸린 지 43일 뒤인 지난해 4월23일 시신으로 발견됐다. 5월2일 장례식이 치러졌다. “안내방송을 듣고 정신없이 고지대로 달아났다. 방송 덕에 살 수 있었다.” 장례식장에 달려온 주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엔도의 영정 앞에 두 손을 모았다. 

엔도의 관이 식장을 빠져나갈 무렵 비도 오지 않은 하늘 저편에 무지개가 걸렸다. 엔도의 안내방송은 마을 주민들 가슴속에 ‘천사의 목소리’로 새겨졌다.’

엔도의 모친 미에코(美惠子·53)는 “미키의 남에 대한 배려심, 생명의 소중함이 학생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