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일본에 납치문제 협의를 유보하는 대신 북송 일본인 처의 일시 귀국 문제를 우선 협의하자고 제안했다. 북한의 송일호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담당 대사는 17일 몽골의 울란바토르에서 일본 측 관계자와 접촉한 뒤 기자회견에서 이런 견해를 밝혔다고 18일 NHK 등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송 대사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자 문제와 관련해 “일본에서 (납치문제의) 해결을 외치는 이들 중에서는 이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북·일 관계를 악화시키려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납치문제와 관련해) 정부 간 꾸준한 대화가 있었지만 양국 관계는 오히려 악화됐다”며 이를 의제에서 제외하자는 뜻을 밝혔다.
송 대사는 대신 ‘북송 일본인 처’의 일시귀국 문제와 요도호 납치범의 송환,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혼란기에 북한에 남았다가 사망한 일본인의 유골 반환 등과 관련해 최근 나카이 히로시(中井洽) 전 공안위원장과 대화가 있었다고 밝혀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북송 일본인 처’는 1959년부터 1984년까지 만경봉호 등을 타고 북한에 건너간 재일 조선인들의 일본인 아내들로, 1800여명이 북한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1997년과 1998년, 2000년 3차례에 걸쳐 북·일 적십자사를 통해 일본에 있는 고향을 방문했지만, 2002년부터 일본인 납치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고향 방문이 중단됐다.
요도호 사건은 일본의 극좌행동주의 조직인 적군파 조직원 9명이 1970년 3월 도쿄를 떠나 후쿠오카(福岡)로 가던 일본항공 ‘요도호’를 납치해 북한으로 망명한 사건으로, 납치범 9명 중 4명이 북한에 생존해 있다.
송 대사가 일본과 협의 중인 내용을 기자회견에서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례적으로 북한이 일본과 대화할 의지가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 대사는 지금까지 일본 측과의 접촉 사실이나 대화 내용을 부인해왔다.
이날 접촉에는 당초 나카이 전 공안위원장이 나설 예정이었으나 접촉계획이 일본 언론에 보도되면서 정치권이 반발하자, 대리인으로 다쿠쇼쿠(拓殖)대학의 마나베 사다키(眞鍋貞樹) 교수가 대신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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