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작년 동일본 대지진 때 구조요청 ‘트윗 릴레이’
동일본 대지진이 일본을 강타한 지 9시간쯤 지난 지난해 3월12일 0시5분. 도쿄도 청사 사무실에서 재해 관련 정보를 트위터로 발신하던 이노세 나오키(猪瀨直樹·65) 도쿄도 부지사는 자신의 타임라인에 올라온 트윗들을 훑어보다 눈에 못이 박힌 듯 한 트윗을 응시했다.
“게센누마의 장애아동시설에 근무하는 모친이 지금 아이들과 함께 시내 공민관에 고립돼 있습니다. 아이들만이라도 구출할 길이 없을까요.”
TV에는 쓰나미로 파괴된 해변의 원유저장 시설에서 난 불로 시가지 전체가 화염에 휩싸인 미야기(宮城)현 게센누마(氣仙沼)시의 급박한 상황이 방영되고 있었다. 도청 내 재해대책본부에 있던 이토 가쓰미(伊藤克巳) 방재부장에게 구조를 요청했다. 지휘계통에 어긋나는 구조 출동이지만 이토 부장은 흔쾌히 응낙했다.
런던에 있는 아들(32)에게 휴대전화 메일을 보낸 이는 게센누마시 장애아동시설 ‘마더스홈’의 우쓰미 나오코(內海直子·59) 원장. 3층 건물의 2층까지 쓰나미에 휩쓸린 공민관의 3층과 옥상에서는 인근 잇케지마(一景島) 보육원의 1~5세 어린이 71명을 포함해 446명이 추위와 공포에 떨며 밤을 지새고 있었다. 공민관 주변에는 시가지를 삼킨 화마가 일렁이고 있었다. 우쓰미 원장은 떨리는 손으로 휴대전화의 문자판을 눌러 “(이곳은) 불바다, (살아남기) 어려울지도 몰라”라며 마지막이 될지 모를 소식을 보냈다.
도쿄소방청은 날이 밝자마자 재해구조를 위해 게센누마시에 대기하고 있던 대형 헬기를 띄워 공민관 주변까지 불길이 번지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이어 어린이 9명을 우선 구조한 것을 시작으로 13일까지 이틀간 소방청 헬기 3기와 자위대 헬기를 동원해 전원을 무사히 구출했다. 런던의 아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발신한 트위터가 트위터리안에 의해 확산돼 전 세계를 돌아 끝내 기적을 연출한 것이다.
우쓰미 원장과 하야시 고하루(林小春·60) 전 잇케지마 보육원장 등은 지난 16일 도쿄도청을 방문해 이노세 부지사와 이토 부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도쿄신문 등이 보도했다. 당시 구출된 어린이들이 쓴 수기와 감사카드를 함께 전한 자리에서 우쓰미 원장은 “극한상황이어서 하루라도 늦었다면 큰일 날 뻔했다”고 감회에 젖었다. 이노세 부지사는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봐도 기적 같은 일”이라며 “그 트윗이 런던에서 발신된 것인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이토 부장은 “(전화가 아닌) 트위터로 첫 구조요청이 들어온 것은 세계에도 유례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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