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본 방재용품 불티·대피훈련, 공포 확산

서의동 2012. 4. 6. 17:16

ㆍ‘대지진’ 발표 이후 충격

‘정전 시 도쿄 지하철의 비상전원은 40분밖에 작동하지 않아 수십m 지하에서 지상으로 탈출하려면 시간이 많지 않으니 서둘러야 한다. 긴자선과 마루노우치선에 타고 있다가 지진이 일어난다면 서둘러 차량에서 탈출해서는 안된다. 선로 부근에 600볼트의 전류가 흐르고 있어 자칫 감전사할 수 있다.’(슈칸신초 최신호)

일본 정부가 도쿄에 가장 강력한 진도 7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고 서일본대지진으로 최고 34m 높이의 쓰나미가 몰려올 수 있다고 발표하자 일본 사회에 지진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방재용품 매출이 급증하고 있고, 지진대피 훈련과 설명회가 곳곳에서 열리는 등 방재태세가 강화되고 있다. 

‘슈칸신초’ ‘아에라’ ‘슈칸아사히’ 같은 시사주간지 최신호는 일제히 지진 관련 특집기사를 실었다. 

슈칸신초는 ‘사신(死神)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특별강좌’라는 제하에 도쿄에서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지하철 등에서의 대처방법을 소개했다. ‘아에라’는 지진전문가 32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기사와 가정 내 지진 취약공간을 전문가와 점검해보는 기사를 실었다. 

일본 사회가 충격을 받은 것은 가장 강력한 ‘진도 7’의 지진이 수도 도쿄에서 발생할 가능성을 정부가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도쿄만 북부를 진원지로 하는 수도권 직하형지진의 진도를 ‘6강’으로 추정해왔다. 10단계로 나눠지는 진도에서 7은 가장 강력한 지진이다. 진도 6강은 대부분의 목조건물이, 진도 7은 내진성이 약한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 붕괴될 수 있는 수준이다. NHK가 지난 1일 방영한 다큐멘터리 <메가퀘이크(거대지진)>에서 또 한 차례의 대지진이 임박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수도권 주민들은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부야에 사는 히노 하루카(21)는 전화통화에서 “ ‘진도 7’의 대지진이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엄두가 안난다”며 “집에서 지진을 맞을 경우 어디로 대피할지 생각해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사키 요시코(59) 게이오대학 강사는 “오래전부터 집안에 방재용 비상물품들이 갖춰져 있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면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방재용품들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도큐핸즈 시부야점의 경우 라이트가 달린 수동식 충전라디오, 방한용 담요 등 방재용품의 판매가 최근 급증했다. 라쿠텐 등 인터넷 쇼핑몰도 방재용품 코너를 별도로 마련해 판촉전에 나섰다. 지난 1일 도쿄 시부야 요요기공원에서 열린 ‘도쿄 아웃도어 쇼’ 행사에서는 지진이 발생해 귀가가 곤란할 경우 피난 및 대응방법과 방재관련 물품 설명회가 곁들여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