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미국 처음 참가 ‘중국 견제’… 해양안보 등 일·중 신경전
ㆍ러시아도 섬나라에 공들여
태평양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섬나라들을 상대로 한 주요국들의 외교전이 가열되고 있다. 중국, 미국, 일본이 해양권익 확보를 위해 섬나라들과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도 공을 들이면서 태평양이 ‘열강의 각축장’으로 변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25~26일 오키나와 나고시에서 열리는 ‘제6회 태평양·섬 정상회의’에서 미크로네시아, 쿡 등 13개국 정상들을 초청해 협력을 강화한다. 당초 이 회의는 일본 정부가 태평양제도포럼에 가맹한 각국 정상을 초청해 1997년부터 3년에 한 차례씩 열었다. 하지만 올해는 미국이 처음으로 국무부 부차관보를 보냈다. 태평양·섬 정상회의는 인프라 정비와 인적 교류, 환경문제, 재해 복구 지원을 주요 의제로 삼았지만 이번 회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해양 안전보장 문제가 의제에 오를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국과 일본의 중국 견제 분위기를 타고 이번 정상회의가 지역 안보회의의 성격을 띠게 된 것이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22일부터 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한 쿡을 비롯한 6개국 정상과 연쇄회담을 갖고 협력을 다짐했다. 일본은 2009년 열린 5회 회의에서 태평양환경공동체기금 창설을 주도했다. 68억엔(1000억원)을 들여 태양광 발전과 공항 건설을 지원하면서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은 이번 회의에 미국이 참가해 태평양 섬나라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본격적으로 맞서게 될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미국과의 협력을 심화하는 것이 지역 전체의 이익’(후지무라 오사무 관방장관)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이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2007년 1억7000만달러(약 2000억원)를 지원한 바 있으며 2011년 6월에는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패트릭 월쉬 태평양함대 사령관과 함께 9개국을 돌면서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태평양 섬나라들에는 중국이 한 발 앞서 공을 들여왔다. 중국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이 지역에 모두 6억달러(약 7000억원)를 지원하는 등 해양 진출을 위한 기반을 다져왔다. 2007년에는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이 각국을 순방했다. 중국은 이 같은 경제원조를 기반으로 2010년 해군함정이 파푸아뉴기니를 비롯한 3개국을 친선 방문할 정도로 관계를 구축했다. 중국은 광물자원이 풍부한 피지에 2006년 쿠데타가 발생한 이후 호주가 원조를 줄이자 오히려 원조액을 크게 늘리면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중국과 가까운 피지는 이번 회의에 불참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다시 관심을 높이고 있는 러시아도 이번 회의를 주시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과 올 2월에 태평양 섬나라 정상들과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태평양 도서국가들은 파푸아뉴기니(46만2000㎢)를 제외하면 20~2만8000㎢로 조그맣다. 하지만 배타적 경계수역(EEZ)은 이번에 불참한 피지를 포함해 14개국을 합치면 1951만㎢에 이른다. 중국 육지면적(960만㎢)의 두 배가 넘을 정도로 넓다. 지정학적 위치는 물론 해양자원 면에서도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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