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쓴 글

공적자금 60조 ‘관치자금’ 전락하나

서의동 2009. 3. 27. 20:49
ㆍ운용과정 감시체계 없어 투명한 집행 의문
ㆍ“관리 · 감독 맡을 독립적 위원회 구성해야”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과 금융기관 지원을 위해 60조원 이상의 대규모 공적자금 조성을 계획하고 있으나 공적자금의 운용과정에 대한 감시체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책임 있는 운용이 이뤄질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설치된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지난해 폐지된 이후 공적자금 관리 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정부가 새롭게 조성할 공적자금이 자칫하면 ‘관치자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적자금 감시체계 전무=1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은행자본확충을 위해 20조원의 은행자본확충펀드를 조성키로 한 데 이어 금융기관 부실채권 매입과 구조조정 기업 자산매입을 위해 40조원의 구조조정기금을 조성할 방침이다. 또 모든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선제적 자금지원을 위해 금융안정기금을 조성키로 했다. 이에 따라 6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조성돼 기업 구조조정과 금융기관 지원에 쓰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대규모의 공적자금이 조성될 예정이지만 감시체계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금융위는 금융안정기금을 산업은행에서 분리되는 정책금융공사에 설치키로 했으나 한국정책금융공사법에는 공적자금의 집행을 감시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 또 은행 자본확충펀드와 자산관리공사가 운용하는 구조조정기금은 현행 공적자금관리특별법(공자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금융위는 은행자본확충 펀드 운용과 관련해 9명의 위원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설치키로 했지만 3분의 2인 6명이 정부 및 준정부 인사로 구성돼 있어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해 2월 법개정으로 폐지돼 금융위가 이미 투입된 공적자금의 상환 업무만 맡고 있다.

◇공적자금 관리체계 법제화돼야=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공적자금의 집행 및 감독체계가 비교적 체계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기관의 자본확충은 예금보험공사가 맡고, 부실채권 정리는 자산관리공사가 담당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공적자금 투입과 사후관리를 감독하고, 국회와 감사원은 사후감사를 맡았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도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등 3부 요인의 추천을 받은 5명의 민간위원과 재정경제부 장관, 기획예산처 장관, 금융감독위원장 등 정부 측 인사 3명으로 구성돼 민간위원 참여비율이 더 높았다.

이에 따라 정부가 새롭게 조성할 공적자금의 투명한 집행과 감독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상용 연세대 교수(경영학과)는 “기업 구조조정과 금융기관 지원을 위해 외환위기 당시에 버금가는 공적자금이 투입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유사한 조직이 구성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구조조정기금과 금융안정기금, 은행자본확충 펀드 등을 공적자금에 포함시키고, 공적자금 관리를 독립적인 별도의 위원회에서 맡도록 관리 체계가 법제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