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쓴 글

금융위기 6개월… 은행들 꼼수장사 ‘눈총’

서의동 2009. 3. 27. 20:45
ㆍ한은서 싼 금리 자금받아 MMF로 ‘이자챙기기’

ㆍ대출은 기피… 경영간섭 꺼려 외화조달도 미적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6개월간 국내 시중은행들이 보인 ‘비뚤어진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유동성 위기를 겪는 은행에 대한 지원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은행들은 실물경제 지원보다는 ‘이자장사’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들은 또 정부에 기대면서 간섭은 기피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 대출은 기피, 이자장사에 치중 = 금융감독원은 지난 12일 국내 14개 은행이 저신용자(7등급 이하)에 대해 올해 1조3600억원을 대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달 중 저신용자를 위한 대출상품을 내놓기로 한 ㄱ은행은 다음달로 출시를 미뤘고, ㄴ은행은 계획조차 세우지 않고 있다. 5개 은행이 2006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저신용자 대출 실적은 지난달 말 현재 1597억원으로 설정 한도(5900억원)의 27%에 그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25일 연 2.43%로 떨어졌지만 은행들이 CD금리에 붙이는 가산금리를 대폭 올리면서 연 4~5%대를 유지하고 있다. 26일 고시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국민은행 연 3.19~4.69%, 신한은행 연 3.23~4.53%, 우리은행 연 3.33~4.63%, 하나은행 연 3.63~5.33% 등이다.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도 금융위기 이후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은행의 저축성 수신 평균금리는 연 4.16%지만 대출 평균금리는 연 5.91%로 집계돼 예대금리차가 3년2개월 만에 최대치인 1.75%포인트에 이르렀다. 한은이 실물경제 지원을 위해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을 통해 은행들에 저리의 자금을 풀어도 은행들이 이를 머니마켓펀드(MMF)에 예치해 금리 차액을 챙기기도 했다.

외화유동성 부족 현상을 겪던 지난해 10월 정부가 은행의 대외 채무 지급보증을 해주는 대가로 중소기업 대출 의무 비율을 일정 수준(시중은행 45%, 지방은행 60%)으로 유지키로 했으나 지난해 11~12월 점검결과 18개 시중은행 중 외환·한국씨티·SC제일·광주·전북·대구은행 등 6개 은행이 목표에 미달했다.

◇ 지원은 받되 간섭은 기피 = 정부가 은행의 대외채무 지급보증을 약속했지만 은행들이 외화차입을 위해 지급보증을 신청한 사례는 하나은행(5억달러) 1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부 지급보증을 받을 경우 외화조달 비용이 낮아지는데도 정부의 경영 간섭을 우려해 금리가 비싼 사모채권 등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또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주는 조건으로 은행들은 외화자산 매각 등에 나서기로 했지만 추진 실적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은행들의 건설·조선사에 대한 신용위험평가 결과 B등급(일시적 유동성 부족)으로 분류된 신창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부실평가 논란도 일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은행 입장에서는 구조조정 기업이 늘어날수록 손실이 커지기 때문에 부실 기업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부실하게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