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전기료 받고 소포 맡아줘… 인감증명·주민표 발급도
ㆍ지진 이후 노인 고객 급증
일본 편의점은 단순히 물건만 파는 곳이 아니다.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 거점은 물론 지역사회 공공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편의점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있어 금융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 전기·수도료 및 휴대전화 요금까지 받는다. 우체국을 대신해 우편물과 소포도 맡아준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1인 가구’ 사람들은 소포나 택배 물건을 가까운 편의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산 물건의 배달주소를 편의점으로 지정해두면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찾을 수 있다. 고령화와 인구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농촌이나 산간 지역에선 편의점이 ‘등대’나 다름없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븐일레븐이 주민표(주민등록등본), 인감증명서를 비롯한 행정서류 발급서비스를 새로 추가했다. 로손도 최근 보급이 늘어나고 있는 전기자동차 충전서비스를 일부 지역에서 실시하고 있다.
일본 편의점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패밀리마트는 지난해 말 50~65세를 주 고객층으로 특화한 시니어 점포를 도쿄 다이칸야마(代官山)에 개설했다. 늘어나는 1인 가구를 위해 채소, 계란은 물론 반찬 공급도 늘리고 있다.
일본 편의점이 도약의 계기를 맞은 것은 지난해 3·11 동일본 대지진 때다. 당시 편의점은 전국 점포망을 총동원해 피해를 입은 도호쿠(東北) 지방에 상품 공급량을 늘렸다. 집이 사라져 돌아갈 수 없는 이재민들에게는 화장실과 온수를 제공했다. 성금 모금 창구 역할도 했다. 편의점 업계는 매일 들러 물건을 사는 주민들이 큰 재난을 당했으니 당연하다는 입장이었다.
세븐일레븐, 로손, 패밀리마트 등 일본 3대 편의점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세븐일레븐은 전년보다 8.3% 늘어난 1831억엔을 기록했다. 로손(11.2%), 패밀리마트(11.4%)는 영업이익 증가율이 두 자릿수였다. 일본 언론은 젊은 남성의 이용 비율이 높았던 편의점에 동일본 대지진 이후 노인과 여성 고객들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아사히신문은 “대지진 이후 상품부족 현상이 빚어졌을 당시 노인과 여성층이 편의점을 찾기 시작하면서 고객으로 정착했다”고 분석했다. 대지진 이후 사람들이 물건을 사기 위해 멀리 외출하기보다는 가까운 곳에서 해결하려는 심리가 커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물론 대지진 이전에도 일본 편의점은 성장을 거듭했다. 편의점 업계는 1988년 이후 해마다 전년을 웃도는 매출 실적을 기록했다. 2008년에는 백화점 업계 전체 매출을 넘어서기도 했다.
<왜 편의점만 강한가> 저자인 유통 저널리스트 요시오카 히데코(吉岡秀子)는 “은행, 우체국을 비롯한 공공시설이 줄어들고 있고,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편의점의 지역 밀착성과 공공성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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