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쓴 글

올 국채발행 100조 예상 부작용 우려

서의동 2009. 3. 7. 20:52
ㆍ금리 가파른 상승·10년물 유찰 등 ‘불안’
ㆍ한은서 매입땐 돈 더 풀려 물가 악영향


올해 국채 발행 규모가 지난해의 2배 수준인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규모 국고채 발행이 금리와 물가상승 등 경제에 미칠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올들어 장기 국고채 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10년 만기 국고채 발행이 2개월 연속 유찰되는 등 불안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 올해 국채 발행 규모 100조원 이를 듯=6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발행할 국채 규모는 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초 올해 국채 발행 규모는 지난해보다 22조원 늘어난 74조원으로 예상됐으나 정부가 이달 말 국회에 25조~3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여 발행해야 할 국채 규모는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국채 발행 규모가 늘어나면서 채권시장에서 제대로 소화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실제로 기획재정부가 올해 1~2월 10년 만기 국고채 입찰을 실시한 결과 1월 4260억원, 2월 6040억원 발행에 그쳐 매달 발행 목표(8000억원)에 미달했다.

또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5일 현재 연 5.07%로 연초(연 4.25%)에 비해 1.82%포인트 상승했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연초에 비해 0.88%포인트나 뛰었다.

장기 국고채 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수출 부진과 재정 건전성 악화 등으로 정부의 지불능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들어 2월까지 국내 채권시장에서 1조9000억원의 채권을 순매수했으나 국채는 2806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최근 들어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국채 금리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

◇ 경제 전반에 부담 커질 듯=국채가 과다하게 발행되면 경제 전반에 미칠 부작용이 적지 않다. 우선 국채 공급과잉으로 발행금리가 높아지면서 시장금리 상승이 예상된다. 현대증권 김상훈 연구원은 “국고채 금리가 높아지면 은행채 등 다른 채권 금리도 덩달아 높아지면서 시장금리가 오르게 된다”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효과가 없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국채 물량 전체를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소화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럴 경우 새로 돈을 찍어내느라 시중에 돈이 더 풀리게 되고, 이는 물가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5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추경예산 규모에 대해 “재정건전성과 금융시장에 주는 부담 등 모든 것을 감안해서 적절한 수준의 추경예산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부)는 “대규모 국채 발행이 금리나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문제지만 이렇게 조달한 자금을 생산성있는 부문에 쓰지 않으면 미래세대에 부담만 지우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