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추진해온 소비세(부가가치세) 인상 법안이 26일 중의원(하원)을 통과했다. 하지만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대표를 비롯해 57명이 반대표를 던진 데 이어 탈당 움직임을 보이면서 민주당이 2009년 9월 정권출범 이후 최대위기에 몰렸다. 탈당 규모에 따라서는 민주당의 중의원 단독 과반수가 무너지면서 자칫 정권붕괴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일본 국회는 이날 오후 중의원 본회의를 열고 민주당과 야당인 자민당·공명당이 합의한 소비세 인상 관련 법안을 찬성 다수로 가결했다. 이날 표결에서 중의원 의석 480석 중 찬성은 363표, 반대 96표였고, 민주당의 반대는 57표였다.
이날 중의원에서 처리된 소비세 인상 법안은 현행 5%인 소비세율을 2014년 4월에 8%, 2015년 10월에 10%로 올리도록 했다. 소비세 인상 법안이 성립하려면 오는 8월 참의원(상원)의 표결을 거쳐야 하지만 자민, 공명 등 두 야당이 협조할 계획이어서 통과는 어렵지 않다.
소비세 증세법안은 노다 총리가 정치생명을 걸고 추진해온 사안이다. 노다 총리는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회보장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선진국 최악 수준인 재정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소비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당과 야권을 설득하면서 동분서주했다.
하지만 오자와 그룹과 공산당, 사회당 등은 “소비세를 인상할 경우 영세 중소기업 등의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라며 증세 반대입장을 밝혀왔다. 특히 노다 총리가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2009년 총선 당시 민주당의 핵심 공약이던 최저보장연금제 실시와 후기고령자 의료제도 폐지 등을 철회하면서 당내 반발도 적지 않았다. 이번 표결에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가 반대표를 던진 것도 소비세에 ‘올인’하느라 정권공약을 줄줄이 포기하는 노다 총리에 대한 당내 실망감을 반영한 것이다.
소비세 증세 고개를 넘긴 일본의 정국은 이제 오자와 그룹의 움직임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중의원 의석은 289석이며 연립여당인 국민신당 3석을 합할 경우 292석이다. 오자와 그룹이 54명 이상 탈당할 경우 민주당의 중의원 단독 과반(240석)이 무너져 각종 법안처리가 어려워지며, 야권이 내각불신임 결의안을 제출할 경우 정권이 붕괴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오자와의 대중적 인기가 낮기 때문에 함께 탈당을 결행할 의원은 40명 안팎에 그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으며 민주당 수뇌부도 탈당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징계수위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과 공명당 등 야권은 오자와 신당이 결성될 경우 내각불신임안 제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에 노다 총리가 중의원 해산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되면서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총리가 바뀌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공산이 크다. ‘단명총리’가 잇따르는 일본 정치의 병폐가 이번에도 되풀이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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